이마트24 자체라벨 브랜드 '상상의끝'
가성비 내세워 시중 최저가 김밥 출시
햄·계란·맛살까지 8가지 재료 담겨
맛도 크기도 튀지 않는 무난함
고객 매장 유인·추가 상품 구매 '미끼' 효과
서울 3600원, 경기 3521원, 인천 3300원, 부산 3186원, 광주 3460원….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공시된 지난달 김밥 한 줄의 지역별 평균 가격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전달보다 62원 올랐다. 각종 재료비와 인건비 등이 상승해 실제 매장에서는 일반 김밥 한 줄이 4000원을 넘는 사례도 흔하다. 식품과 음료 등 제조사들이 제반 비용이 증가했다는 점을 호소하며 하루가 멀다하고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다. 반대로 소비자들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구성은 알찬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상품에만 지갑을 열고 있다.
편의점 이마트24가 고객 장바구니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로 지난 1월부터 초저가 자체 라벨(PL) 브랜드 '상상의끝'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내놓은 1900원짜리 김밥은 그런 의미에서 호기심을 자극했다. 2000원도 안 되는 시중 최저가 김밥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에 관심이 생겼다.
상품을 구매하려고 인근 매장을 찾았지만, 구매는 쉽지 않았다. 점포 3곳을 방문해 1개 남은 김밥을 겨우 구할 수 있었다. 점주는 "소비기한을 고려해 하루 서너개 정도만 발주하고 있는데 가격에 대한 입소문 때문인지 금방 소진된다"고 했다.
노란 바탕의 포장에서 가격을 부각한 '1900'이라는 숫자가 직관적으로 들어왔다. 개봉하기 전까지는 기성 제품보다 쌀이나 재료가 부족하다거나 용량이 적진 않을지 의심했다. 비닐을 벗겨내자 다른 편의점 김밥들과 비슷한 크기였다. 8조각으로 나눈 전체 길이도 큰 차이가 없었다.
김밥 몇 점을 옆으로 눕히니 햄과 어묵, 맛살, 우엉, 시금치, 당근, 계란, 단무지까지 일반적인 김밥에 사용하는 8가지 재료들이 속을 알차게 채우고 있었다. 다만 쌀과 조미김 등 일부 재료만 국내산을 쓰고 절임류나 가공 식자재들은 수입산이 표기돼 있었다. 단가를 맞추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한 점을 입에 넣자 가공햄 특유의 맛과 향이 강렬하게 밀려오고 이후 절임 무의 맛이 퍼졌다. 두툼하게 썬 김밥 조각은 성인 남성의 입안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 특별히 모나거나 튀지 않는 시중 김밥의 무난함이 느껴졌다. 편의점 김밥과 궁합이 잘 맞는 메뉴로 꼽히는 라면이나 떡볶이 등 가공식품과 함께한다면 5000원을 넘지 않는 가격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데 손색없을 구성이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다른 PB(자체브랜드) 상품은 생산 이후 재료비 등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하지만 1900김밥은 2000원 미만으로 가격을 먼저 정하고 이 단가에 맞춰 생산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상상의끝 품목으로 10년 전 삼각김밥 가격을 재현한 900원짜리 삼각김밥도 마찬가지다. 900삼각김밥은 햄과 베이컨, 참치 등 인기가 많은 재료를 넣었다.
이들 김밥의 판매량도 오름세다. 1900김밥은 출시 후 최단기간(50일) 40만개가 팔려 기존 동종 상품군 1위였던 참치마요김밥을 제쳤다.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매출도 출시 초기와 비교해 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900삼각김밥의 매출은 19% 상승했다. 다만 업계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김밥을 통해 수익이 날지 의문이 들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가성비 상품이 고객을 매장으로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하고, 물이나 음료 등 다른 상품을 연계해서 판매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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