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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이 잘하니 도와달라 하자"…맥주 마시던 박사들, 원전기술 '번뜩'에 SOS [기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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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덴마크 원자로 스타트업 솔트포스
삼성중공업·한수원과 CMSR 개발 추진
성공시 24년간 핵연료 재장전 없이 사용

편집자주우리나라 기업의 연구·개발(R&D) 지출 규모와 미국 내 특허출원 건수는 각각 세계 2위(2022년)와 4위(2020년)다. 그러나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년부터 10년간 연평균 6.1%에서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0.5%로 크게 낮아졌다. 혁신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인 '혁신기업'의 생산성 성장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변화가 없다면 기업은 시장으로부터 외면받는다. 산업계가 혁신 DNA를 재생할 수 있도록 해외 유명 기업들이 앞서 일군 혁신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침체된 한국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마중물은 혁신기업이 될 것이다.

원자력 발전을 금지하는 덴마크에서 원자력을 전공한 공과대학 박사들이 모여 앉았다. 이들의 손에 쥐어진 맥주잔엔 직접 만든 맥주가 담겨 있었다.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등에 관심이 있었던 이들은 언젠가부터 맥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조금씩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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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일상에서 편하게 접하는 술이지만 과학적인 분석과 실험이 가능한 술이다. 맥아, 홉, 효모 등을 발효시켜 만드는 맥주는 기본적으로 화학을 바탕으로 한다. 맥주는 같은 농도의 에탄올이라도 온도에 따라 분자 결합 구조가 달라져 완전히 다른 술맛을 내기도 한다. 전 세계 맥주에서 7700여개 이상의 화학식이 발견되고, 수만 개의 독특한 분자가 검출됐다는 논문도 있다.

이들은 직접 만든 맥주 맛이 점점 좋아지자 시판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맥주 거품을 이용한 '거품 상자' 발명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입자 물리학의 대가 도널드 글레이저 교수처럼, 그들은 맥주 주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원자로에 적용할 방안을 검토했다.


함께 맥주를 마시던 물리학자들은 의기투합해 2014년 스타트업 '시보그(Seaborg, 이후 SALTFOSS ENERGY로 사명 변경)'를 설립했다. 원자로를 쓰지 않는 덴마크에서 원자로 개발을 위한 스타트업을 만든다는 구상은 다소 무리가 있었으나, 기술력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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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트포스는 미래형 소형모듈원자로(SMR)로 주목받는 용융염원자로(MSR)를 활용한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MSR이 발명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이를 활용해 특수 기술로 변형시키면서 소형용융염원자로(CMSR) 분야를 선도했다.

CMSR은 액체연료 용융염을 활용한 방식으로 원자로를 운영한다. CMSR의 장점은 용융염을 사용해 기존 고체에 비해 핵폐기물 발생이 적다는 것이다. 폐기물의 재활용 가능성도 높다. 물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끓기 때문에 과열 위험이 적어 사고 가능성이 낮으며 비상시에도 연료 자동 배출 설계를 갖춰 통제가 쉽다. 특히, 솔트포스 CMSR은 바다에 떠 있는 원전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존 육상 원자로와는 달리 선박 등에 탑재해 운용하는 방식으로 전력망이 미비한 도서지역, 군사기지 등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고, 이동이 용이할 뿐 아니라 사고가 날 경우에도 육지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문제는 기술을 상용화하는 방식이었다. 덴마크에서는 답이 없었다. 밖으로 눈을 돌렸다. 여러 나라가 후보에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원전과 조선 기술 선진국 한국을 택했다.


"한국은 원자력과 해양 분야에서 매우 강한 전통과 산업 기반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은 국내외에서 주요 원자력 프로젝트를 예산 내 일정대로 성공해온 인상적인 실적을 갖고 있습니다."


솔트포스 공동 창업자이자 기술 책임자(CTO)인 안드레아스 비간드 쇼필드는 아시아경제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을 우선 협상국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SMR 인가를 받았으며 이를 상용화 한 나라다. 과거 아랍에미리트(UAE)의 첫 번째 원자력 발전소 바라카 원전을 지은 경험도 고려가 됐다.


클라우스 네가르드 솔트포스 에너지 최고경영자(CEO·왼쪽)와 안드레아스 비간드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덴마크 본사 연구소 안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솔트포스 에너지 한국지사.

클라우스 네가르드 솔트포스 에너지 최고경영자(CEO·왼쪽)와 안드레아스 비간드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덴마크 본사 연구소 안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솔트포스 에너지 한국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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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비간드 CTO는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산업 리더와 투자자, 정책 결정자들이 일반적인 5년 단위가 아니라 수십 년 단위로 생각하며 장기적인 시각으로 계획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솔트포스는 2023년 삼성중공업, 한국수력원자력과 컨소시엄 협약을 맺고, 현재 CMSR을 활용한 부유식 원전 개발을 함께 추진 중이다. 컨소시엄 개발이 성공하면 24년간 핵연료 재장전 없이 안정적으로 운전할 수 있는 기술이 상용화된다. 솔트포스는 현재 200㎿ 용량 발전 설비를 상용화하고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과 덴마크 합작으로 CMSR 분야 국제 표준을 선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바뀐 솔트포스란 사명은 보다 더 직관적이다. 우선, 용융염(Molten Salt)을 사용한다는 점을 반영했다. FOSS는 바이킹의 언어인 고대 노르웨이어에서 강력한 폭포를 묘사한다. 새로운 청정에너지인 MSR을 통해 폭포와 같이 끊임 없이 청정연료를 생산해 인류에 기여하고자 하는 뜻을 내포했다.


솔트포스는 CMSR과 같은 SMR 개발이 탈탄소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풍력 및 태양광 같은 재생 에너지를 보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기와 함께 다른 에너지 소비 분야에서도 솔트포스의 기술이 활용되면 탈탄소화 목표 달성이 더 용이할 것으로 예상했다.


안드레아스 비간드 CTO는 "전기뿐만 아니라, 합성연료 생산, 시멘트 제조, 철강 생산과 같은 감축이 어려운 분야를 포함해 나머지의 탈탄소화에도 큰 가능성을 제시한다"면서 "결론적으로, 우리는 다양한 기술과 배치 전략이 특정 에너지 시장의 수요에 맞게 조정되는 유망한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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