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WB와 '천무 유도탄' 합작법인 설립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럽에 수출된 천무 유도탄을 폴란드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인 유럽 현지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폴란드 최대 민간 방산 기업인 WB그룹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텀시트(Term Sheet) 계약'을 체결한다. 텀시트는 계약과 관련된 주요 원칙 및 조건을 명시한 합의서다.
합작법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51%, WB그룹의 자회사인 WB Electronics가 49% 비율로 출자해 설립된다. 향후 폴란드군에 추가 계약을 통해 공급할 사거리 80km급 천무 유도탄(CGR-080)의 현지 생산은 물론 향후 유럽 시장으로의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전략을 내세워 역외기업을 배제하려는 유럽의 방산 블록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지도와 점유율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통해 유럽에서의 추가적인 생산거점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폴란드 군비청에 80km급 유도탄(CGR-080)과 290km급 유도탄(CTM-290)을 수출하면서 총 7조2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한편, 천무는 239mm 유도탄과 230mm급 무유도탄을 사용한다. 무유도탄은 큰 포탄 안에 여러 발의 작은 포탄이 들어있어 축구장 3개 넓이를 완전히 초토화할 수 있다. 천무를 ‘강철비’라고 부르는 이유다.
무유도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주)한화)에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에서 면허생산합의서(MLA)를 통해 생산해 왔다. 하지만 미국에서 면허승인을 놓고 문제가 발생했다. 수출도 문제였다. 무유도탄은 ‘확산탄(Cluster Bomb)이라고도 부르는데, 민간인 피해 가능성이 높아 국제 사회가 이를 대표적인 비윤리적 무기로 꼽았다. 유럽 비정부기구(NGO)들이 집속탄 생산업체들에는 투자하면 안 된다는 운동을 벌이면서 ‘K-방산’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실제 벨기에·아일랜드·이탈리아·룩셈부르크·뉴질랜드 등 5개국은 집속탄 업체에 대한 투자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 연금 준비펀드와 노르웨이 정부 연금, 스웨덴 연금펀드, 네덜란드 공무원연금, 덴마크 공적연금 같은 유럽 연기금들도 집속탄 업체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무유도탄 사업을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KDI)를 신설해 물적 분할했다. 한화그룹이 앞으로 유럽에서 투자 유치에 나설 때 무유도탄 같은 사업이 발목을 잡으면 유치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KDI는 자체적으로 무유도탄 개발에 나섰다. 10월엔 정확도 시험에도 통과했다. KDI가 개발한 무유도탄의 불발률은 0.1%다. 미국(0.3%) 보다 낮춰 민간인 피해를 줄였다.
천무가 수출되면 무유도탄 수출에도 희망적이다. 우크라이나는 당장 무유도탄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무는 호환성도 강점이다. 천무는 구경 239㎜ 미사일이 주력이지만, 기존 우리 군 주력이었던 다연장 로켓 ‘구룡’ 같은 130㎜짜리 탄도 최대 40발을 쏠 수 있다. 폴란드에 수출할 때 유럽에서 많이 사용하는 122㎜짜리 탄도 쓸 수 있도록 개량 중이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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