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에너지·로봇 등 첨단산업 필수원료 무기화
반출하려면 中정부 특별 허가 필요
美, 대중 의존도 70%…韓도 피해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공격에 따른 보복 조치로 중국이 희토류 자원 수출을 틀어막았다. 국방·에너지·로봇산업 등 첨단 산업에 쓰이는 희토류를 무기화해 미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희토류의 대중(對中)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미국은 모든 대응 방안을 열어두고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조치이지만 중국이 형식상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수출을 통제하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도 불안에 떨게 됐다.
백악관 "모든 옵션 검토 중"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선 것과 관련한 질문에 "우려스럽다"고 답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희토류 제한(조치)은 매우 신중하게 검토되고 있다. 우리는 모든 옵션을 현재 검토 중"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중국 정부가 지난 4일부터 수출을 통제한 품목은 가돌리늄·테르븀·디스프로슘·루테튬·스칸듐·이트륨 등 중희토류와 희토류 자석 등 총 7종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일 보도했다. 중국은 전 세계 중희토류 공급량의 99%를, 희토류 자석은 90%를 생산한다. 중희토류 금속은 자동차·드론·로봇·미사일·우주선의 핵심 부품인 전기 모터에 쓰인다. 또 제트엔진·레이저·헤드라이트 등에도 사용되며, 인공지능(AI) 서버나 스마트폰 전원 공급 장치에도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앞으로 이들 품목을 중국 밖으로 반출하려면 중국 정부의 특별 허가가 필요하다.
2010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을 겪은 일본 기업들은 1년 이상의 희토류 재고를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 기업들은 재고를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아 타격이 더 클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 희토류 업체 'MP 머티리얼스'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제임스 리틴스키는 특히 군수업체에 대한 희토류 공급이 우려된다며 "드론과 로봇 공학은 전쟁의 '미래'로 여겨지는데, 지금 우리는 중요한 물질 공급을 위한 미래 공급망이 닫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의 '주요광물 자문위원회' 위원장 대니얼 피커드도 미 정부에 희토류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美, 대중 의존도 낮추기 위한 협상 지속
미국은 희토류 관련 대중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과 물밑 논의를 지속해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광물협정을 체결하려 했으나 이는 양국 정상 간 설전 끝에 최종 무산됐다. 이후 고위급 회담이 재개됐지만, 우크라이나의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는 평화협정 초안을 두고 양국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희토류 광물 개발 논의를 지속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중국의 이번 수출 제한 조치로 타격을 받게 된 곳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중국이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조치임에도 형식상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은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새로운 수출 규제 체계를 설계 중"이라며 "이는 일방적 보복으로 비치는 걸 피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고 짚었다. 뉴욕포스트도 미국 동맹국 등 다자 간 공급망 압박을 통해 미국의 고립을 유도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한국 역시 희토류와 핵심 광물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배터리 업계도 영향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업계에선 배터리 소재 첨가제 등 희토류 자원의 82.5%를 중국에서 공급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파악한 희토류 공공 비축과 민간 재고는 최대 6개월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등 희토류 보유국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사용 저감·대체·재활용을 위한 기술개발 지원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중국 대안으로 부상한 호주도 자국 내 희토류 전략 비축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호주 정부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대응해 디스프로슘·터븀 등 핵심 자원의 전략적 비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당초 호주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호주 10% 관세에 맞서 전략 희소 광물 비축 계획을 밝혔으나 중국의 희토류 제한으로 정책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희토류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호주 정부는 자국 생산자들로부터 자원을 구매해 비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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