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언제부턴가 국민 걱정거리 됐다"
"민주당은 하이재킹 당한 사람들 같아"
"한덕수 권한대행이 보수 단일후보 돼야"
2006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과 2017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가 지난 14일 아시아경제 유튜브 채널 AK 라디오에 출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자유한국당을 이끌었던 인 목사는 "개헌을 하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비극이 또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개인사업자들 같고 민주당은 하이재킹을 당한 것 같다"며 두 거대 정당을 비판했다. 또 "개헌을 매개로 반이재명 연합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선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거침없는 어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인 목사와의 인터뷰는 오전 9시부터 오전 10시 20분까지 80분간 진행됐다.
계엄과 탄핵을 기본적으로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국민 사이에서 찬반양론이 있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에서 이것은 잘못됐다고 판결이 났다. 그 결론을 받아들여야 한다. 거기까지 이르게 된 데는 야당 문제도 있지만, 그것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지 계엄령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계엄 때문에 생긴 국내외적인 국가 피해는 환산할 수 없는 굉장한 손해다. 지금 세계가 하루가 바쁘게 뛰어다니는 판에 계엄령 때문에 완전히 멎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혼란이 얼마나 일어났나. 법적인 책임도 책임이지만 계엄령을 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계엄령을 한 이유를 윤 전 대통령이 얘기했는데, 그런 문제보다는 계엄령을 했기 때문에 생긴 국가적인 혼란이나 후폭풍이 훨씬 더 크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그때와 지금 상황이 유사한데, 비교하면 어떤가.
데자뷔다. 시기도 똑같다.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4월 4일로 24일 정도 차이가 있다. 탄핵을 누가 했느냐? 야당이 하긴 했지만, 자당에서 협력하지 않으면 탄핵이 안 됐다. 2017년엔 새누리당 의원 62명이 탄핵에 찬성했다. 이번에도 최소한 12명 정도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국민의힘 또는 국민의힘 전신 정당의 사람들이 자기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을 탄핵한다? 나는 지금도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리 잘못한 것이라도 정치적으로 수습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때도 하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야하는 것이 정치적인 해결책이라고 봤던 것인가.
그렇다. 지금 내란이라고 하는데 내란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친위쿠데타라고는 얘기할 수 있다. 쿠데타라는 게 본래 실패하면 도망가는, 망명하는 게 일반적이다. 박근혜 대통령 때도 사실은 문재인 쪽에서, 야당 쪽에서 제의가 있었다. 당시 내가 비상대책위원장이었으니 잘 안다.
제의? 하야 제의였나?
그렇다. 그걸로 정치적으로 정리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때 청와대 쪽에 연락을 했었다. 그랬는데 당시 박 전 대통령은 탄핵안이 기각될 것이라고 확실하게 믿었던 것 같다.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그 후 5년 동안 감옥에 있었다. 연세가 있는 전직 대통령을 5년이나 가둔 문재인 정부도 지독하다. 5년 동안 가슴이 아팠다. 그때 내 말 좀 듣지…. 이번에도 나는 윤 전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후 변론을 할 때 개헌 시기를 구체화하고 하야하겠다는 성명서를 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 헌법재판관들이 정치적인 고려를 해 각하를 할 수 있다고 봤다. 탄핵은 정말 안 좋다. 국가 전체를 생각하면 이게 기뻐할 일인가.
헌정이 중단되는 것이니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그렇다. 탄핵이 인용된 다음에 야당이 잔칫집처럼 하는데 그건 철딱서니 없는 일이다. 정치할 자격이 없다. 정치라는 게 뭔가?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고, 나라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인데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된 게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가. 먼 장래를 우리가 볼 때 후유증이 얼마나 심한가.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보지 않았나.
지금은 정치권이 완전히 적대 관계가 됐다. 이게 다른 나라 국회의원들 같다. 여야 간에 서로 다투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역할이 다를 뿐이지 우리가 동료라는 게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적이다. 탄핵을 통해서 더 악화하는 방향이 됐다. 이런 측면에서 탄핵은 불행한 일이다. 정치적인 타결책을 찾아야 했다. 정치라는 게 타협 아닌가. 언론도 이런 방향으로 유도했어야 했다.
갈등이 쉽게 잦아들 것 같지 않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국익에 도움이 된다. 서로 싸움하고 적이 되면 되겠나. 한을 품으면 안 된다. 탄핵에 반대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던 사람들도 마음속에 응어리가 생겼을 것 아닌가. 갈등이 계속될 것이니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응어리가 또 하나 생겼다.
어떻게 해야 갈등과 반목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까.
87년 체제가 생겨난 지 벌써 한 40년 가까이 되지 않았나. 이 체제에서 나온 대통령마다 불행한 마지막을 겪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행복한 편이다. 세 명이 감옥에 갔고, 두 명이 탄핵당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들들이 감옥에 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불행하게 최후를 마쳤고.
"현행 헌법 아래서는 비극 또 일어나, 개헌해야"
87년 체제의 변화, 즉 개헌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87년 체제가 한계에 왔다. 우리는 그동안 제왕적 대통령만 걱정했는데, 이번에 보니까 제왕적 의회도 문제가 있더라. 민주당이 하는 것을 보면 헌법도 필요 없다. 헌법재판관들의 임기가 6년이라고 헌법에 못 박았는데 연장하겠다니, 헌법 위에 법을 만드는 것이다. 탄핵이라는 단어는 예전에는 참 조심스러운 금기어였다. 말을 꺼내면 후폭풍이 일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보지 않았나. 그랬는데 이 탄핵을 30번을 했다. 윤 전 대통령 건을 빼면 헌법재판소에서 지금까지 선고한 10건이 모두 기각됐다. 10:0이다. 이게 의회 독재 아니냐. 잘못된 것이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 헌법 체제에서는 똑같은 비극이 일어날 것이다.
많은 대선주자와 정치 원로들이 개헌 필요성을 주장했다.
절실하다. 이 체제 아래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취임하기도 전에 아마 광화문에서 탄핵하자는 집회가 열릴 것이다. 제일 시급한 문제가 개헌이다. 시일이 촉박하다. 이번에 누가 대통령이 되건 개헌을 하겠다, 3년만 하고 물러나겠다고 해야 한다. 선거법도 바꿔야 한다. 소선거구제로 가는 한 일당 독재를 막을 수가 없다.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고 의회가 우리 사회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 개헌을 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것이고 되어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이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다. "이기고 돌아왔다" "5년 하나 3년 하나 (똑같다)"는 등의 얘기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오보라고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그러면 안 된다. 윤 전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 정치적인 책임이 있다. 반성해야 하고 앞으로의 처신에 대해서도 굉장히 자중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이 지금 해야 하는 일은 추운 겨울에 길에서 자기를 지지했던 분들을 달래는 일이다. 충정
은 알겠지만 내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국민 통합을 위해서 이제는 한마음으로 가자고 말해야 한다. 대통령을 지낸 분으로서 해야하는 마지막 일이 그런 것이다.
대선 주자들은 많은데 국민의힘은 방향을 못 잡는 것 같다. 어떻게 보고 있나.
참 걱정이다. 보수 정통 정당 아니냐. 산업화 중심에 있었던 정당이고 3당 통합 이후에는 민주화 세력 일부까지 합해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국민의 걱정거리가 됐다. 저는 국민의힘에 어떨 때는 애정이 있고, 왜 저러는가 싶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가슴 시리기도 하고 그렇다. 하지만 새가 양 날개로 날듯 진보정당만 있어서는 안 되고 보수 정당이 있어야 나라가 바로 선다. 국민의힘은 이념적으로 뭉친 정당이 아니라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따라서 모인 정당 같다. 정당이 다 개인 사업자들이다. 어려운 일 생기면 자신들이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비대위원장을 외부에서 데려오는 것도 고질적인 문제다. 비대위원장 마치면서 '내가 외부에서 온 마지막 비대위원장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왜 밖에서 사람을 데려다가 바보를 만들어 내보내나. 비대위원장 맡았다가 제대로 된 사람이 없다.
민주당은 어떤가.
민주당은 너무 재밌다. 꼭 하이재킹당한 사람들 같다. 납치해가지고 총 겨누고 있다가 움직이면 쏘지 않나. 민주당 의원 중에도 훌륭한 분들이 많다. 그런데 비상식적인 일들을 한다. 이재명 대표가 기업 중심으로 뭐를 해봐야겠다 그러면 누가 '아니 대표님 옛날에 그렇게 말씀 안 하셨는데 그건 아니잖아요'라고 한 사람이라도 그래야 되는데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 저거 납치당했구나, 누가 총 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지난 총선 때 총 맞은 사람들이 있다. 목소리 내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이 전 대표를 추대하자는 스톡홀름신드롬도 생겼다.
국민의힘에서 나오는 '한덕수 추대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윤석열 대통령 3년 집권 기간에 정치 내지는 국가 정책이 중심 없이 흔들린 측면이 있다. 그래서 경제 통상전문가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같은 분이 과도기적으로 한번 정권을 맡아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너무 어렵다. 정치인들은 먹고 살 게 있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정부가 빨리 안정이 되는 게 중요하다. 5년 임기는 바람직스럽지 않고 개헌 등 개혁을 하고 3년만 한다면 지금 후보로 나온 분들에게도 나쁘지 않다. 저 움직임(한덕수 추대)이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고향이 전북 전주이니 지역 통합을 위해서도 좋다.
"이재명 전 대표는 믿을 수가 없다"
민주당에서 받아들이기가 힘들 것 같다.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평가는?
정권을 잡으면 나라가 어떻게 될까 걱정스럽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믿을 수가 없다.
신뢰가 안 간다는 말인가.
그렇다. 예를 들면 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했다가 내가 존경한다니까 진짜 존경하는 줄 아느냐고 한다. 기업이 중심이 돼서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고 했다가 노란 봉투 법 추진하고 상법 개정하며 주 52시간 예외로 하자는 것에 반대한다. 말도 여러 번 바꾼다. 자기는 절대 정치 보복 안 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비명계가 비명횡사한다. 또 미국에 대해서도 굉장히 부정적인 얘기를 했다가 요즘은 또 자기는 친미주의자다, 미국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말한다.
믿을 수가 없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 오른쪽 깜빡이 켜고 왼쪽으로 가는 식이다. 이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려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지금 재판을 몇 개를 받고 있나. 재판을 받는 태도 또한 법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다. 나아가 지금 민주당의 의석이 172석, 야권을 합하면 192석이다. 거기다 대통령까지 된다? 틀림없이 불행이 온다. 브레이크 없는 차는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당장 보기에 도움 될지 모르지만 결국은 재앙일 것이다. 나라가 불행해질 것이다.
그럼 이재명 1강에 맞설 국민의힘 후보로는 누가 적합하다고 보는가.
시간상 한덕수 권한대행이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할 수는 없다. 불가능하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5월 4일이 공직자 사퇴 시한이니 그때 사퇴해 무소속 출마를 하는 방법이 있다. 정말 국민의 부름이 있는지 20여일 간 지켜보고 부름이 있다면 국민의힘 후보와 경선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한번 대통령을 정치인이 아닌 전문가를 모셔봤으면 좋겠다.
보수 단일후보가 한덕수 권한대행이 돼야 한다고 보나.
그렇다. 구도를 잘 짜야 한다. 개헌 대 반개헌 구도로 가야 한다. 개헌을 하겠다는 사람과 개헌을 안 하겠다는 사람의 구도가 되면
이재명 후보가 승리를 자신할 수 없을 것이다.
한동훈 전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아까운 인재들이다. 아까 우리나라 정서 얘기를 했는데 유승민 전 의원이 사람이 똑똑하고 괜찮다. 아직도 중도층 사이에서 지지가 있다. 그런데 안 되고 있다. 그건 무엇이냐 하면 배신자 프레임이다.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부터 유교 정신 이런 것 때문에 배신, 이건 벗어나기가 너무 힘들다. 유승민 전 의원도 얼마 지나면 벗겨질 줄 알았는데 안 벗겨지지 않나. 유감스럽게도 이준석 의원이나 한동훈 전 대표나 이 프레임에 걸려 있다.
특히 한동훈 전 대표 같은 경우에는 정치적으로 미숙했다. 검사가 정치하면 안 될 것 같다. 역시 직업병이라는 것은 무시 못 한다. 저는 평생 목사였기 때문에 앉기만 하면 설교한다. 검사는 뭔가. 검사는 타협이 없다. 자신이 제일 옳다. 검사는 검사다. 판사하고 또 다르다. 한 전 대표는 정치와 안 맞는 것 같다. 안 맞는 것을 하면 안 된다.
"한동훈 전 대표, 정치와 안 맞는 것 같아"
이준석 후보는 다르지 않나.
윤 전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를 좀 못마땅해하고 쫓아내려고 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잘했어야 한다. 젊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조금 숙고하는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 당은 또 왜 나가나? 나가서 당 만드는 건 힘들다. 쉽지 않을 것이다.
반이재명 단일 전선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는가.
이준석 후보, 이낙연 전 총리까지 포괄하는 개헌을 매개로 한 반이재명 연합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개헌과 정치 개혁이다. 정치가 바로 서야 민생도, 나라도 바로 설 수 있다.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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