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출신 내세운 사기, 프랭크 최고 경영자 '찰리 재비스'
세계 최대 투자은행 JP모건 체이스가 20대 창업가에게 수천억원대 규모의 사기를 당했다.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악의 사기로 꼽히는 테라노스 사건에 이어 또다시 명문대 출신을 내세운 수법에 대형 투자은행까지 당했다.
13일 현지 외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학자금 대출 관리 스타트업 프랭크의 최고경영자(CEO) 찰리 재비스(32)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학자금 대출 관리 스타트업 기업 ‘프랭크’의 창립자인 찰리 재비스는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고의로 수정하고 본래의 사업 목적이 아닌 곳에 이용한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재비스는 JP모건에 고객 수를 조작한 뒤 무려 1억7500만 달러(약 2600억원)에 인수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이번 판결로 재비스는 최대 3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재비스는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촉망받던 아이비리그 출신의 창업가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재비스는 뉴욕시의 부유한 프랑스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유층이 다니는 사립학교를 거쳐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금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창업에 뛰어들었다. 대학 재정 지원을 간소화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후 와튼스쿨에서의 인맥을 바탕으로 유명 벤처 캐피털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재비스도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름을 알렸는데, 경제방송인 CNBC 뉴스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얻었다. 프랭크를 매각해 포브스의 '30세 미만 젊은 창업가 30인(30 언더 30)'에도 선정됐다.
유망한 창업가로 거듭난 후 캐피털 원, 디스커버, 씨티은행 등과 경쟁 끝에 JP모건이 2021년 여름께 프랭크를 인수했다. 이후 재비스는 JP모건 전무이사로 임명돼 학생 관련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JP모건은 인수한 지 1년도 안 돼 프랭크의 고객 정보가 조작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 검찰은 재비스와 프랭크의 또 다른 임원인 올리비에 아마르가 JP모건에 조작된 고객 정보를 제공했다고 했다.
재판 과정에서 재비스가 프랭크의 직원에게 데이터 조작을 지시했지만, 직원이 이를 거부했고, 이에 1만8000달러(약 2600만원)를 주고 외부 연구원을 고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를 통해 30만명이었던 고객은 425만명으로 부풀려졌다.
재비스 측은 "JP모건이 프랭크의 고객 수를 알고 있으면서도 인수했고, 미 교육부의 학자금지원신청(FAFSA) 방식이 변경되자 이를 문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JP모건은 인수 당시 제3의 업체를 통해 프랭크의 고객 데이터를 확인했지만,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두고 외신들은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즈(41) CEO의 사례와 비교해 보도하고 있다. 홈스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테라노스를 설립하고 "피 한 방울로 250여 종의 질병 검사가 가능하다"고 홍보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홈스는 2022년 징역 11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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