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전자담배 흡연율 매년 상승
'팝콘 폐' 환자, 5년 내 사망 확률 높아
학교 치어리더로 활동했던 17세 딸이 치명적인 폐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가 '전자담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8일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미국 네바다주에 사는 브리앤 컬런(17)은 4개월 전 치어리딩 연습 중 호흡곤란을 느껴 병원에 간 결과 일명 '팝콘 폐' 진단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학교 치어리더로 활동했던 17세 딸이 치명적인 폐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가 '전자담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8일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미국 네바다주에 사는 브리앤 컬런(17)은 4개월 전 치어리딩 연습 중 호흡곤란을 느껴 병원에 간 결과 일명 '팝콘 폐' 진단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데일리메일
치어리더로 활동하던 컬런은 갑자기 호흡 곤란을 느꼈고, 곧장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놀란 어머니는 딸을 지역 응급실로 데려갔다. 의료진은 '폐쇄성 세기관지염(bronchiolitis obliterans)' 진단을 내렸다. 이 증상은 2000년대 초반 미국 팝콘 생산 공장에서 오랜 기간 재직했던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잇따라 발병되면서 이른바 '팝콘 폐(Popcorn lung)'라고도 불린다.
폐쇄성 세기관지염은 폐의 세기관지에 생긴 흉터로 인해 발생하는 희귀한 유형의 폐 질환으로, 폐에서 기도 섬유화 증상이 나타나고 이 과정에서 폐 기능이 상당 부분 소실된다. 폐가 닫힐 경우 사망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폐 이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환자들은 증상을 관리하기 위해 평생 치료받아야 하며 오염된 공기나 담배 연기도 피하는 것이 좋다.
컬런의 어머니는 "의사로부터 우리 딸이 죽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조기에 발견했기 때문에 딸이 완전히 회복할 수도 있지만, 나중에 암과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팝콘 폐'는 돌이킬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딸의 사례를 공개하며 "어떤 일이 있어도 청소년들이 전자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경고의 메시지"라며 "부모들의 인식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제조업체들은 전자담배가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홍보하지만, 우리는 이제 진실을 알고 있다"며 "아이들은 여전히 가게에서 손쉽게 전자담배를 살 수 있다. 돈벌이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컬런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학교로 복귀하면서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전자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불과 그의 나이 14세 때였다. 이후 3년간 매일같이 전자담배를 사용했다. 현재 컬런은 호흡을 돕는 흡입기를 사용하면서 전자담배를 끊었다. 의료진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담배를 끊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한국서도 액상형 전자담배 여전히 '골칫거리'
의료진은 전자담배의 합성 향료 성분인 다이아세틸을 장기간 흡입한 것이 '팝콘 폐'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다이아세틸은 전자레인지 팝콘에 버터 향을 내는 용도로 흔히 사용된다. 2016년 유럽연합(EU)은 전자담배에 다이아세틸 사용을 금지했지만,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자담배에서는 여전히 이 화학물질을 찾을 수 있다.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가 중증 폐 질환 유발 논란이 일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사용 중단을 권고한 이후 유통업계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 무인 판매점이나 자판기 판매소에선 그래도 성인 신분증을 인식시키는 절차를 거쳐 합성 니코틴을 팔고는 있는데, 청소년들 사이에선 다른 사람 신분증을 빌려 쉽게 합성 니코틴을 사는 장소가 공유되는 실정이다. 김현민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존스 홉킨스대학교 담배 치료클리닉 소장은 2022년 "전자담배 흡연으로 '팝콘 폐'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5년 이내 사망할 확률이 최대 95%에 달한다"며 "전자담배 흡연이 일으킨 폐쇄성 세기관지염은 폐암보다 치명적"이라고 했다. 문제는 청소년들의 전자담배 흡연율이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금연 운동 단체 ASH가 영국의 11~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2023년 기준 전자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7.6%)이 일반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3.6%)의 두 배가 넘었다. 미국에서도 고등학생 열 명 중 한 명꼴로 최근 한 달 동안 전자담배를 한 번 이상 사용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2019년 캐나다에서는 17세 소년이 전자담배를 피우다가 '팝콘 폐' 병변이 나타나 장기 이식을 받아야 했다.
이 가운데, 한국에선 액상형 전자담배가 여전히 논란이다. 합성 니코틴의 들어간 액상형 전자담배의 한국에서 담배로 분류하지 않는다. 따라서 액상형 전자담배는 국내서 청소년에게 팔아도 처벌받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사각지대를 이용해 청소년들의 흡연 노출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다. 합성 니코틴을 파는 가게는 사업 신고서만 제출하면 일반 소매업 운영하듯 문제가 없다.
합성 니코틴은 무인 판매점을 열어 팔아도, 온라인으로 팔아도 괜찮다. 광고나 판촉도 할 수 있다. 현재 무인 판매점이나 자판기 판매소에선 그래도 성인 신분증을 인식시키는 절차를 거쳐 합성 니코틴을 팔고는 있는데, 청소년들 사이에선 다른 사람 신분증을 빌려 쉽게 합성 니코틴을 사는 장소가 공유되는 실정이다. 사실상 청소년들이 유해 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셈이다. 합성 니코틴을 담배로 분류하자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여야와 관계없이 이미 2016년부터 나왔다. 그러나 10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엔 '담배 소매업자의 무분별한 확산' 등을 이유로 개정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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