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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韓대행, ‘경기장 관리’ 본분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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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韓대행, ‘경기장 관리’ 본분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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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통화 중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물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대화가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한미 정상 통화까지 번진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한 대행을 향한 이른바 '러브콜'이 부쩍 늘어났다. 눈에 띄는 대선 후보가 없는 국민의힘에서 한 대행을 대선 주자로 내세우자는 목소리다.

호남 출신에 경제통이고, 더불어민주당과도 각을 세웠던 한 대행은 헌법재판관 지명 논란을 거치며 정치적 체급이 커졌다. 한미 정상 간 대화 내용은 어디서 유출됐을까. 트럼프 대통령 쪽에서 새어 나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여의도 정가는 한 대행 쪽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미 정상이 통화한 그 날은 공교롭게도 한 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날이다. 더불어민주당 등의 정치적인 총공세가 이어질 무렵 공개된 정상 통화는 정치적으로 여러 해석을 낳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비상계엄 이후 정상외교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관세 전쟁을 둘러싼 걱정이 컸다. 한 대행이 뒤늦게 미국 정상과 통화를 한 것을 다행이라 여기는 이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한 대행이 대선 바람에 곁눈질하는 것처럼 비치는 지금의 상황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는 속담을 곱씹어봐야 한다는 얘기다.

한 대행의 적극적인 권한 행사는 대통령이 임시로 부재한 '사고'가 아닌 '궐위' 상황인 탓에 어느 정도는 용인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의 생각은 다르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한 대행 권한에 대해 중요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의결 정족수가 대통령과는 다르게 재적의원의 과반수면 충분하다는 판단은 정치적인, 법적인 함의가 있다. '사고'든 '궐위'든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은 권력인 한 대행의 권한은 임시적이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 대행은 직무에 복귀하면서 국민에게 다짐한 내용이 있다. "극단으로 갈라진 사회는 불행으로 치달을 뿐 누구의 꿈도 이루지 못한다." 그는 초당적 협력을 토대로 국정을 안정하겠다는 다짐을 과연 실천하고 있을까. 한 대행의 언행이 대선 행보로 인식되는 상황이 방치된다면 국정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한 대행을 대선 주자로 띄우려는 이들이 생각해야 할 지점도 그 대목이다.


경기장을 유지·관리해야 할 사람을 선수로 뛰라고 하면, 그 경기가 안정적으로 진행되겠는가.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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