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 동아시아 비연소 담배 제조시설
연간 최대 400억 개비 생산 가능
테리아·센티아 등 생산…일본 등 12개국 수출
"제지공장에서 종이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지난 8일 찾은 한국필립모리스의 경남 양산공장은 '궐련(卷煙)'이라는 단어를 시각화한 공간이었다. 굴린다는 뜻의 '권(卷)'과 연기를 뜻하는 '연(煙)'이 더해져 만들어진 궐련은 일상에서 사용 빈도가 낮은 단어로 담뱃잎을 종이 등으로 말아놓은 형태의 담배를 이른다. 궐련이란 이름이 단순히 완제품의 형태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실제 제조과정에서는 담뱃잎을 마는 공정은 물론, 원재료의 가공단계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롤링(Rolling) 공정이 생산과정 전반에서 녹아 있었다.
![센티아 스틱 컴바이너(Combiner) 공정 과정에서 ‘더블 스틱’ 상태의 모습. 더블 스틱 상태의 제품은 반으로 절단된 후 포장 장비인 패커로 이동된다.[사진제공=한국필립모리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40915191813137_1744179558.jpg)
센티아 스틱 컴바이너(Combiner) 공정 과정에서 ‘더블 스틱’ 상태의 모습. 더블 스틱 상태의 제품은 반으로 절단된 후 포장 장비인 패커로 이동된다.[사진제공=한국필립모리스]
양산공장, 필립모리스 동아시아 유일의 비연소 제품 생산기지
양산공장은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의 동아시아 유일의 비연소 제품 생산기지로 '담배연기 없는 미래' 비전 실현의 핵심 역할을 하는 생산시설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일루마 시리즈 전용 타바코 스틱인 '테리아' 18종과 '센티아' 4종이 생산되며, 일반 연소 담배인 '말보로'와 '팔리아멘트' 등도 제조된다. 2002년 설립된 양산공장은 지금까지 약 4억8000만달러 이상을 누적 투자하며 설비 확장과 기술 고도화를 지속해 왔다. 약 7만㎡ 규모의 부지를 보유한 이곳은 항구와 고속도로, 공항과 인접한 입지적 강점을 바탕으로 한 물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양산공장은 높은 수준의 자동화와 엄격한 공정 관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양산공장에선 현재 6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제조공정은 로봇 등 자동화 설비가 수행하고, 근무자들은 대부분 검수 등 관리 업무를 맡는 모습이었다. 차용준 양산공장 생산 부문 총괄 이사는 "정교한 자동화 생산 공정과 각 단계마다 실시되는 철저한 품질 검사를 통해 모든 제품이 균일한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비연소 제품의 제조 과정은 크게 프라이머리(Primary)와 세컨더리(Secondary) 공정으로 나뉜다. 먼저 프라이머리 공정은 원료를 혼합 및 가공하는 단계다. 이 공정에선 담뱃잎과 줄기를 최초로 가공해 비연소 제품의 핵심 원료인 '캐스트 리프(Cast Leaf)', 일종의 담배 시트를 생산한다. 처음 설비가 모여있는 공장 내부로 들어가자 코가 먼저 반응했다. 담뱃갑을 처음 개봉했을 때 맡을 수 있는 담뱃잎의 향이 공간에 가득해 눈을 감고 들어가도 이곳이 담배공장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공정은 직사각형 건초더미 형태로 포장된 200kg 단위의 담뱃잎이 박스에서 개봉되면서 시작된다. 담뱃잎 더미는 슈뢰더(Shredder)로 옮겨져 종이 파쇄기처럼 잘게 풀어지고, 다시 그라인더(Grinder)로 이동해 담뱃잎과 줄기를 섞어 1차 분쇄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초벌 가공 라인(CGL)에서 담뱃잎과 줄기를 배합 비율에 맞춰 혼합해 반죽하고, 이를 얇게 펴서 시트 형태로 가공하면 캐스트 리프가 완성된다. 이를 보빈(Bobbin)이라고 부르는 원통에 감아 두루마리 형태의 반제품 '캐스트 리프 보빈'을 만들면 프라이머리 공정은 마무리된다.
세컨더리 공정은 반제품인 캐스트 리프를 완제품으로 완성하는 공정이다. 공정의 전환은 또다시 코로 먼저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곳에 들어서자 높은 밀도의 멘톨(Menthol)향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곳에선 먼저 크림퍼(Crimper) 머신이 캐스트 리프를 막대 형태로 접어 테리아와 센티아의 핵심 요소인 토바코 플러그를 제조한다. 토바코 플러그는 담배 스틱에서 필터를 제외한 막대 형태의 담배 부분을 말한다. 크림퍼에서 생산된 토바코 플러그는 이후 컴바이너(Combiner)에서 필터와 조립돼 최종 담배 스틱 형태로 완성된다.
세컨더리 공정에서는 각 공정 단계마다 품질 기준이 실시간으로 점검되며, 기준 미달 제품은 즉시 생산 라인 밖으로 제거된다. 완성된 스틱은 분 단위로 샘플링 검수를 거친다. 완성된 낱개의 담배 개비들은 패커(Packer)로 이동해 20개의 스틱을 1갑으로, 10갑을 1보루로, 50보루를 1상자로 포장해 출고된다.
"테리아·센티아 듀얼 스틱 전략…국내 점유율 끌어올린다"
현재 양산공장은 연간 400억개비의 스틱을 생산할 수 있는데, 지난해 기준 생산량의 3분의 1가량을 일본 등 12개국에 수출했다. 차 이사는 "양산공장은 뛰어난 생산 효율성과 탁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내수는 물론 수출용 제품을 생산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생산거점으로서 수출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양산공장의 생산공정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품질경영시스템인증(ISO-9001), 환경경영시스템인증(ISO-14001),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인증(ISO-45001) 등 글로벌 공정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차 이사는 "양산공장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방식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제품만이 소비자에게 공급되도록 품질관리 전담 부서의 다양한 실험과 테스트가 상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양산공장을 생산·품질관리 능력을 토대로 비연소 제품 생산의 전초기지로 삼고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내 영향력을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회사는 지난 2월 신규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아이코스 일루마 아이' 시리즈를 공개한 데 이어 이달에는 전용 스틱 센티아의 판매처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기존 테리아에 센티아까지 듀얼 스틱 브랜드 전략을 통해 시장 점유율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센티아는 아이코스를 처음 접하는 성인 흡연자를 위해 기획된 제품이다. 기존 테리아 제품과 비교해 직관적인 맛이 특징인 만큼 회사 측은 정통 담배의 친숙한 맛을 바탕으로 부담 없이 비연소 제품으로의 전환을 도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 이사는 "양산공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품질 혁신과 신뢰를 바탕으로 국내 성인 흡연자의 비연소 제품 전환을 촉진하고, 필립모리스의 담배연기 없는 미래 비전을 실현하는 핵심 생산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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