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는 불법에 의견 일치…소송 있을 것"
"관세 탓에 민주당원 돼"비판
다수는 트럼프 눈치봐…법적 싸움 어려울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무역 전쟁을 본격화하자 궁지에 몰린 미국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공개 발언을 하고, 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관세 발표를 앞두고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 논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관세 발표 직후엔 무역 단체와 로비스트 등을 통해 업계 의견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일부 기업은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과 회의 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면서 소송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WSJ는 미국 상공회의소와 업계 대표 단체들이 소송을 제기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미 상공회의소가 소비자기술협회 등 단체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부당하게 적용해 관세를 부과했다고 소송을 제기할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미 상공회의소와 소비자기술협회 등은 소송 가능성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닐 브래들리 최고정책책임자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이러한 관세의 합법성에 많은 의문이 있다"며 "모두가 이 관세의 출구 전략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경제적 결과가 너무 심각할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새로운 기준이라고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게리 샤피로 소비자기술협회 최고경영자(CEO)는 "변호사들은 이것이 불법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하는 듯하다"라며 "소송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의회는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주 플로리다에 있는 중국산 자재로 만든 플래너 생산 업체는 자유주의 성향 법률 옹호 단체 뉴 시빌 리버티 연합과 일부 관세 조치에 이의를 제기했다. 공익 법률 단체 리버티 저스티스 센터는 소송을 위한 원고를 모집하고 있다.
최근 3일간 미 증시가 폭락한 데 더해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등 월가 거물들이 공개적으로 경기 침체를 경고하자 그간 침묵하던 기업인들이 공개 발언에 나서고 있다.
헤지펀드 시타델의 켄 그리핀 CEO는 전날 저녁 마이애미 대학에서 열린 행사에서 관세를 "엄청난 정책적 실수"라고 지칭했다. "그는 식료품, 토스터, 새 진공청소기, 새 차를 사려면 20%, 30%, 40% (비용이) 더 든다"면서 "미국으로 일자리가 돌아오는 꿈이 실현된다 해도 이는 20년 뒤의 꿈"이라고 비판했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립자는 이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충분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문제에 동의하지만 해결책에 대해서는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수익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리미엄 피트니스 체인 라이프 타임 그룹 홀딩스의 바흐람 아크라디 CEO는 "세계 경제에서 관세는 아름다운 단어가 아니다"라며 "이런 교착 상태와 이렇게 큰 마찰을 세계 무역에 적용할 순 없다"고 했다.
친(親)트럼프 성향 CEO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라이언 코헨 게임스톱 CEO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관세가 나를 민주당원으로 만들고 있다"고 적었다. 또 "미국에서 만든 1만달러짜리 아이폰을 기다릴 수 없다"고 농담했다. 닌텐도가 관세로 인해 닌텐도 스위치2의 미국 사전 주문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히며 게임스톱은 이미 관세로 인한 손해를 입었다.
다만 여전히 대다수 CEO는 보복을 우려해 트럼프 행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송을 제기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관련 로비스트들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전략을 더욱 고집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프리 소넨펠드 예일 경영대학원 교수는 여러 주요 상장사 CEO들로부터 좌절감을 호소하며 무역 단체가 관세에 더 강력하게 반대하거나, 집단 성명을 앞세워야 한다는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인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을 두려워해 말하기를 꺼린다고 했다. 소넨펠드 교수는 "그들은 개인적으로 피뢰침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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