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3조 美 서비스업, EU 보복 타깃
해외 공장 둔 애플·나이키 등도 부담↑
미국의 ‘관세 폭탄’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관세 부과로 금융, 관광, 엔지니어링, 의료 산업 등 미국 경제의 핵심인 서비스 산업과 주요 기업의 공급망이 크게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공급망인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 40%가 넘는 고율관세가 부과되고 원자재 등 미국 수입품에 개별·상호관세가 부과됨에 따라 향후 제품 가격 인상도 불가피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서비스 산업 수출이 보복 관세의 타깃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서비스 수출국이다. 미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서비스 수출로 1조1078억달러(약 1623조원)를 벌어들였다. 서비스 무역 흑자 규모는 약 2934억달러에 달한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이 무역 적자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한 캐나다, 중국, 일본, 멕시코, 유럽연합(EU) 주요국은 미국과의 서비스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EU가 보복 관세에서 서비스 산업을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즈타파 라흐만 유라시아 그룹 유럽 담당 이사는 "유럽이 가진 진정한 영향력은 서비스 부문에 있다"고 평가했다.
여러 유럽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EU가 통상위협대응조치(ACI)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예측대로 ACI로 관세, 서비스 무역 제한, 지식재산권 관련 무역 규제 등 조치를 취할 경우 구글 같은 미국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타격을 받게 된다. EU는 이미 미국 빅테크의 영향력을 경계하기 위해 이들을 공격한 바 있으며 애플과 메타를 상대로 디지털시장법(DMA) 위반 과징금 발표를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에서 시행한 대(對)중 무역전쟁을 피해 공급망을 다각화한 주요 기업들도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애플은 아이폰의 약 9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대중 관세율이 20%에서 34%로 치솟으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됐다. 애플은 1기 행정부 때 대중 관세를 피해 아이패드와 에어팟은 베트남으로, 아이폰은 인도로 생산 공장을 확대했지만 이마저도 소용없게 됐다. 미국이 베트남과 인도에도 각각 46%, 26%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당장 생산기지 이전도 쉽지 않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애플 기기에 부과되는 관세로 애플이 연간 85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애플의 매출은 약 78억5000만달러 감소할 전망이다.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애플 주가는 7.14% 하락했다.
지정학적 위험을 피해 트럼프 1기 때 동남아시아에 제조 허브를 구축한 미국의 스포츠 용품, 의류 기업들도 영향권에 들어간다. 외신 등에 따르면 나이키 신발의 50%는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의류 기업 애버크롬비 앤 피치는 베트남에서 상품의 35%, 캄보디아에서 22%를 조달한다. 의류 기업 갭은 베트남에서 27%, 인도네시아에서 19%를 만든다. 하지만 미국이 캄보디아(49%)와 인도네시아(32%)에 고율 관세를 매기기로 하면서 이들 기업도 당장 비상이 걸렸다.
가구도 관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홈 퍼니싱 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가구 수입의 26.5%는 베트남, 29%는 중국으로부터 왔다. 장난감 업체들도 베트남 의존도가 높다. 데이비드 프렌치 미국 소매협회(NRF) 부회장은 "관세는 미국 수입 업체가 내는 세금으로,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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