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ASML이 독점 공급
中 생산할 수 있단 예상 못해
업계, 세부정보 없어 의혹
보여주기용 쇼라는 목소리도
3분기 시범 생산결과 나오면
기술 진위 여부 판가름 날듯
중국 통신장비·스마트폰 제조기업 ‘화웨이’가 반도체를 생산할 때 꼭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자체 개발했다고 밝혔지만, 세부 정보는 공개하지 않아 진위를 의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EUV 노광장비를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개발해 내년 반도체 양산에 쓰기로 했다며 올해 3분기에 시험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EUV는 반도체 칩을 생산할 때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새겨 넣기 위해 극자외선 파장을 가진 레이저 광원을 웨이퍼에 투사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선 EUV에 특화돼 만들어진 장비가 필요한데 화웨이가 자체 개발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화웨이 발표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선 불신이 커지고 있다. 우선 EUV 장비를 만들었다는 것인지, EUV를 대신할 수 있는 기술과 관련 장비를 만들었는지 불분명하다. 화웨이 홈페이지에는 장비의 세부 정보는 없고 해당 장비를 찍은 듯한 사진과 EUV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기술 설명만 달아놨다. 외신과 업계에선 이를 두고 단순 보여주기용 쇼였을 것이란 분석과 미국 등에 정보를 보여주지 않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을 것이란 분석이 상충하고 있다. 미국 정보통신기술(IT) 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는 "화웨이가 경쟁사들의 수준을 따라잡았는지 여부는 (정보 미공개로) 매우 불확실하다"면서도 "만약 사실이라면 적어도 현재까지는 중국의 기술력이 발전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개발 소식을 접한 후 각종 사이트 등에서 장비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려 했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며 "현재로선 화웨이의 EUV가 어떤 성능을 갖고 있는지, 얼마나 가동되고 있는지 등을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중국의 EUV 장비 자체 개발이 관심을 끄는 건 초미세 공정을 통해 반도체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UV 장비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사 ASML이 사실상 독점 개발하고 공급해 왔다. 중국이 EUV 장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 본 이들은 거의 없다. 중국이 모든 반도체 장비들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더라도 EUV 장비만큼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많았을 만큼 ‘최후의 보루’와도 같았다. 미국은 이를 고려해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해 ASML의 EUV 장비가 중국에 수출되지 않도록 조치해왔다.
하지만 만약 중국이 정말로 EUV 장비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터득했다면 앞으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는 새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외에도 심자외선(DUV) 장비를 통한 5㎚(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생산에도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에 따르면 화웨이와 협력하고 있는 ‘시캐리어’가 이미 2023년 DUV 장비를 이용해 5㎚ 칩을 제조하는 기술로 특허를 받았고 이번 주 안으로 이 기술로 만든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시캐리어의 신제품 출시 여부와 다가오는 3분기에 화웨이가 진행하는 EUV 장비 시범 생산 결과가 나오면 중국의 기술 개발 소식의 진위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움직임에 전 세계 반도체 업계 ‘슈퍼을’인 ASML은 중국 시장 강화에 나섰다. 유럽 외신들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 등에 따르면 ASML은 최근 중국 베이징에 두고 있는 지사의 규모를 키우고 서비스센터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V 장비는 중국에서 더 이상 팔지는 못하더라도 이미 중국에 있는 장비들에 대해선 수리, 관리 등 서비스는 지속해서 확대하겠단 것이다. ASML은 물밑에서 DUV 장비를 중국에 발 빠르게 수출하고 있다는 후문도 업계에서 나온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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