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월세 확정일자 비중 67.1%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아
"전세 얻는 것 불편…수요 월세로"
서울의 확정일자를 받은 전세와 월세 건수 중 월세 비중이 70%에 육박하면서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진 서민들이 전세 사기 불안 등으로 인해 월세살이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세로 인해 서울에서도 상급지로 갈수록 월세 수요가 많아지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1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지역 확정일자 부여 건수 중 월세 비중은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67.1%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63%)과 비교하면 4.1%포인트, 전년 동기(62.6%)보다는 4.5%포인트 높은 수치다.
월세 비중 점차 올라가
과거에는 전세 확정일자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월세의 경우 30~40%에 머물렀는데 2022년 이후 50% 수준으로 올랐다. 월세 비중은 차츰 높아졌다. 지난해 2월 월세 확정일자 비중이 62.6%까지 올라 2011년 9월 60%를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60%대에 진입했다.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계속해서 60% 이상 비중을 보이고 있다.
세입자들은 월세와 전세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월세 비중이 올라가면서 평균 전세보증금 추이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수요가 월세로 전환되면서 보증금도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월 확정일자를 부여받은 전세 거래에서의 평균 보증금 액수는 4억1401만원으로 집계됐는데 전월 4억1811만원 대비 410만원 하락했다. 전세 보증금 평균 액수는 지난해 11월 3억9194만원을 기록한 뒤 오르다, 지난 2월 상승세가 꺾였다.
전세 수요가 줄어든 요인 중 하나는 높아진 전세자금대출의 문턱이 꼽힌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등은 서울 지역에서 전세보증금보다 먼저 변제권이 있는 선순위 채권의 말소·감액, 다주택 보유자의 주택 처분 등을 조건으로 한 전세자금대출의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전세 자금 마련이 더 어려워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차주의 소득, 기존 대출 등 상환 능력을 반영해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산정한다. 세입자는 HUG, 주택금융공사(HF), 서울보증보험 중 한 곳에서 받은 보증을 토대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었는데 보증 한도가 축소되면 은행들은 대출 심사 문턱과 금리를 높일 수 있다.
전세 사기 여파도 전세를 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세 사기 위험에 노출되기보다는 주거비에 더 많은 비용을 쓰더라도 불안감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서울 상급지 전세 매력 떨어질 것
전문가들은 서울, 특히 상급지일수록 전세의 매력도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대출을 받거나 사기 우려로 인해 전세를 얻는 것 자체가 불편해지면서 월세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과거에는 전세로 거주하면서 목돈을 모으고 그 돈을 바탕으로 내 집 마련을 하는 레버리지로서의 이점이 있었다. 현재는 매매 가격이 너무 빠르게 올라 이러한 메리트가 점차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이면서 상급지일수록 주택 가격 상승세가 높아서 이런 지역에선 전세가 비선호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확정일자는 법원 또는 주민센터 등에서 주택 임대차 계약일을 확인해준 날짜다. 임차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집이 경·공매로 넘어갈 경우 채권자보다 세입자의 확정일자가 빨라야 경매 후 보증금(우선변제권)을 우선 돌려받을 수 있다. 통상 임대차 계약 후 바로 확정일자를 받기에 전월세 계약 건수를 확인하는 지표로 쓰인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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