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행보에 엇갈린 반응
中, AI붐·경기부양까지 순항
美, 물가·소비심리·관세 삼중고
전 세계 시장과 중앙은행의 우려에도 관세정책을 밀어붙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독단적 행보에 미·중 증시 투자자들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렸다. 작년 사상 최고치 경신 랠리를 펼친 미국 증시는 위세가 꺾였지만, 중국 증시는 미국발 호재에 더해 인공지능(AI) 붐과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까지 타고 순항하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홍콩H지수(HSCEI)는 8606.51로 작년 말 대비 18.1% 상승했다. 홍콩 H 지수는 중국 본토 기업 중 홍콩 증시에 상장된 주요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해외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좋아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풀이된다. 작년 9월 추가 경기부양 기대감이 사그라지면서 부진했던 중국 증시의 분위기가 6개월 만에 반전된 것이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올해 1월 '딥시크 충격' 이후다. 고성능 AI 모델로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안긴 중국 기업 딥시크의 출현 이후 제2의 딥시크가 중국에서 쏟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마윈 회장이 이끄는 알리바바와 샤오미,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등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덕분이다.
주요 증권사들도 AI 기업에 대한 기대감과 중국 정부의 긍정적 정책 신호에 힘입어 중국 주식에 대한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 스탠리는 지난주 홍콩H지수 연말 목표가를 9500으로 상향 조정했다. 현 수준(8606.51)에 비교해도 10% 이상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중국 CSI 300 지수 목표가를 4600에서 4700으로 올려잡았다.
제니 존슨 프랭클린 템플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7일 열린 영국계 은행인 HSBC 글로벌 투자 서밋에서 "중국은 확실히 투자 가치가 있다"고 짚었다. 프레데릭 노이만 HSBC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미국 경제지 포천에 "서사가 바뀐 것이 인상적"이라며 "중국에 대한 낙관론과 관심이 훨씬 더 커졌다"고 전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증시의 성적은 처참하다. 미국 S&P500지수는 28일 올해 들어 5.1%나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2023년 9월 이후 첫 분기별 손실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미 대선 당선 이전인 9월 수준이다. 지난달 2월 18일 6129.58로 종가 기준 6100선을 뚫은 S&P500지수는 이후 한 달 넘게 관세 우려 속에서 하락세를 이어왔다. 미국 CNN방송은 미 증시가 물가·소비심리·관세 등 삼중고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가장 근본적인 우려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다. 미국 주식 투자자들은 4월2일 발효 예정인 상호관세가 미국과 세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미국 내 소비자 심리도 위축됐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3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보다 12%나 급락했다. 여기에 2월 개인소비지출(PCE) 지수가 전년 대비 2.5% 상승을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Fed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적이란 의미다.
다만 미국 상호관세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증시에도 리스크 요인이다. 양국의 상호 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 중국은 미국의 4번째로 큰 상품 교역국으로 양국의 총 교역 규모는 5825억달러(약 857조원)에 달했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2023년 대비 160억달러(약 24조원) 순증했다. 로히트 초프라 라자드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작년 중국 주식을 추가로 사들인 후 올해 들어 가치가 상승한 일부 종목을 매도해 왔다"며 "펀드의 중국 노출도는 현재 다소 낮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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