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익 항공기 필요성 대두
수차례 도입논의 중단 반복
위기대응 방식 근본적 검토를
산불이 참혹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사상자가 속출했다. 평년보다 현저히 적은 강수량에 강풍까지 더해지며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이번 사태 초기부터 머릿속에는 가시지 않은 의문이 있다. 공중에서 산불을 효과적으로 진화할 소방항공기를 왜 사용하지 않는지에 관한 물음이다.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023년 4월에 발생했던 강릉 산불과 관련해 소방 헬리콥터에 의지한 산불 대응 한계를 절감했다. 바람이 거세거나 깜깜한 밤이 되면 소방용 헬리콥터는 가동할 수 없다. 헬리콥터가 실어 나를 수 있는 물의 양도 비행기와 비교한다면 제한적이다.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말을 남겼다. "야간에 오로지 진화대원 인력에 의존하는 후진적 대응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고정익 항공기를 검토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2000갤런(7580ℓ)에서 4000갤런(1만5141ℓ), 심지어 8000갤런(3만283ℓ)의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소방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군용 항공기에 모듈식 소방 시스템(MAFFS)을 장착해 산불 대응에 활용한다. 미국 서부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에 군 수송기가 등장해 물을 폭격하듯 뿌릴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이와 관련한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중단됐다. 산림청은 군 수송기에 물탱크를 부착하는 방식을 구상하며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사전에 군과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좌초했다.
비용이 많이 들고 유지 관리도 어렵다는 비판이 있지만, 현장 생각은 전혀 다르다. 산불 피해를 우려한 이철우 경북지사가 사태 초기, 중앙정부에 요구한 것은 "지금이라도 대형 수송기를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형수송기가 하늘에서 물 폭탄을 뿌려줘서 화마를 단숨에 잡기를 원하는 간절함의 발현이었다. 소방항공기 효용성이 증명되고 있다면 우리 역시 도입을 과감히 검토해야 한다.
2년 전, 오 전 의원은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졌다. 참혹한 산불 피해를 본 지금에서야 ‘괜찮지 않다’고 대답하고 있다. 정부는 산불은 물론 기후 위기에 따른 집중호우, 슈퍼태풍 등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분명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