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밸류체인 'MCS' 서바이벌로 아티스트 발굴
팬들과 소통 '플랫폼' 운영, Mnet '보이즈 플래닛' 제작
프로듀스 101 日 현지화 "日 엔터, K팝 모델로 삼아"
K팝은 생산, 유통, 소비 모든 과정이 다국적·다문화적으로 이뤄진다. 여느 글로벌 대중음악 장르보다 개방적이고,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넘나든다. 특유 포용성과 유연함은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문화적 보편성이 더해져야 효과적으로 발휘된다. 이런 체계를 극대화한 모델이 CJ ENM의 MCS(Music Creative eco-System)다. MCS는 지식재산(IP) 기획, 플랫폼, 매니지먼트를 아우르는 '밸류체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아티스트를 발굴·지원하고, 각종 플랫폼으로 팬들과 교감하는 장을 마련한다. 2023년 Mnet에서 방송한 '보이즈 플래닛'이 대표적 예다. 184개국 K팝 팬들로부터 940만 투표를 받아 제로베이스원을 탄생시켰다.
이 전략은 일본에서도 주효한다. CJ ENM은 2019년 일본의 연예 기획사 요시모토 흥업과 함께 라포네 엔터테인먼트를 결성했다. 한국에서 진행했던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현지 시장에 이식해 JO1과 INI를 조직했다. 전자는 발매한 앨범마다 오리콘 차트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로 팬덤을 확장해 지난달부터 북미와 아시아에서 월드투어를 한다. 후자는 지난해 낸 앨범이 100만 장 이상 팔렸다. 지난해 일본에서 밀리언 셀러를 달성한 보이 그룹은 INI와 스노우맨뿐이다.
이들의 인기 요인은 제로베이스원과 흡사하다. JO1 팬인 미노 다카미는 "좋아하는 멤버를 투표로 데뷔시키는 시스템이라서 '주어진 아이돌'이 아닌 '내가 발견한 아이돌'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라포네 그룹 이슈를 응원한다는 요코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돼 음악적으로나 언어적으로 표현력이 뛰어나다. 뮤직비디오도 여느 일본 그룹보다 세련됐다"고 말했다.
JO1과 INI가 인기를 얻으면서 일본 음악산업에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방송사 등에서 '프로듀스 101 재팬'과 비슷한 형태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속속 편성한다. 아이돌 그룹을 운영하는 엔터테인먼트사도 랩과 K팝 퍼포먼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해외 홍보와 공연에도 박차를 가한다. 일본의 K팝 저널리스트 구와하타 유카는 "많은 엔터테인먼트에서 K팝 아티스트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다"며 "가까운 성공 사례인 라포네 그룹들을 가장 많이 참고한다"고 전했다.
라포네는 방송산업에서도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프로듀스 101 재팬' 첫 번째 시즌 1회를 요시모토 흥업과 긴밀한 관계인 TV아사히가 아닌 TBS에서 공개했다. 그 뒤 야후 재팬의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갸오에 송출하다 최종회를 다시 TBS에서 선보였다. 두 번째 시즌은 아예 방송사가 아닌 갸오와 NTT 도코모가 보유한 동영상 플랫폼인 레미노에만 공급했다. 세 번째 시즌은 1회부터 10회까지는 레미노, 최종회는 TBS에 내보냈다. 방송 내용은 하나같이 공개 사흘 뒤 유튜브에 공개됐다. 미디어 산업 평론가 조영신 박사는 저서 '애프터 넷플릭스'에서 "전형적인 제작위원회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라포네 그룹들의 최종 목표는 글로벌 안착이다. 임희석 라포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JO1의 경우 데뷔 해부터 한국, 일본, 미국, 독일 등에서 열린 케이콘 무대에 올랐다"며 "다음 달 21일 도쿄돔에서 월드투어를 마치면 각 나라의 반응과 데이터를 취합해 다음 스텝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와하타는 2019년 '프로듀스 101 재팬' 론칭 기자회견을 취재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밝은 미래를 예측했다. "당시 기사에 '일본인 아이돌 연습생들에게도 머나먼 세계로 날아오를 기회가 있다'고 썼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월드투어를 하는 JO1을 지켜보니 감개무량하다. 더 많은 그룹이 J팝이 뛰어넘지 못했던 세계 시장의 벽을 돌파할 수 있다. K팝을 모델로 삼아."
도쿄=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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