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액트, 경북 화재 현장서 반려견 구조
"모든 생명 존중받아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닷새째 확산하는 가운데 목줄에 묶인 반려동물들이 화마 속에서 대피하지 못해 죽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26일 동물보호단체 '위액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난 23일 산불 피해를 본 경남 산청 마을에서 구조한 개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단체는 "산불 발화 지점부터 수색을 시작해 인근 대피소를 찾아가 주민들에게 미처 대피하지 못한 동물이 있는지 확인했다"며 "수색 도중, 화마를 피하지 못한 한 아이를 발견했다. 집과 밭이 모두 타버린 폐허 속, 작은 고무집에 웅크리고 있던 아이"라고 전했다.
발견된 개는 목줄에 묶여있는 상황이었다. 위액트는 "원 보호자는 긴급한 상황에 '차마 목줄을 풀어줄 수 없었다.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며 "쇠 목줄에서는 그을린 숯덩이가 바스러진다. 아이를 품에 안아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위액트는 또 다른 화재 현장에서도 목줄에 묶여 있는 반려견을 발견했다. 단체는 "희미한 소리를 듣고 산속으로 발길을 옮겼다"며 "길은 이미 쓰러진 나무들로 막혀 있었고, 산 중턱 전신주에선 전깃줄이 타들어 가며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걸어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어, 포복으로 그 길을 기어들어 갔다"고 했다.
위액트는 "뿌연 연기 사이로 겁에 질린 표정의 아이가 나타났다"며 "전깃줄이 녹아내리며 스파크가 튀기 시작해 바닥에 묶여 있던 목줄을 풀고 아이를 안고 미친 듯이 뛰어 내려왔다"고 전했다.
위액트는 "급박한 재난 상황 속에서도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긴급 재난 대피 시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씁쓸하다"며 "부디 모든 생명이 존중받고 지켜지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대형 산불 등 재난 상황에서 목줄에 묶이거나 축사에 갇힌 동물들이 피하지 못하고 죽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동물권 단체 카라 역시 경북 의성군 화재 현장에서 목줄에 묶여 있는 등 방치된 반려견 등 동물 24마리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앞서 동물행동단체 카라는 24일 "현장에서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은 고양이, 줄에 묶인 채 화마에 노출된 만삭의 어미 개들, 불길에 화상을 입거나 달궈진 쇠 목줄에 목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개와 불길 앞에 속수무책 방치된 강아지를 구조했다"며 "뜬장 속에서 새까맣게 타죽은 개와 닭들도 발견됐. 여전히 응급 재난 상황에서 동물들의 구조 활동은 사각지대에 있음이 확인된 현장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복희 코리안 독스 대표는 "재난시 사람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며 "하지만 2022년 행정안전부도 '재난시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재난 대응 가이드라인'을 제정 발표한 만큼 이를 준수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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