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초래한 '토허제' 번복
실효성 부족·풍선효과 문제도
정책이 만든 부작용 되짚어봐야
19세기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모든 세금을 토지 단일세로 통일하고 다른 조세는 철폐할 것을 주장했다. 토지세를 통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재정 지출을 충당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실현되지 않았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성을 인정하면서도 국가 이익을 위해선 규제가 가능하다고 본다.
헌법재판소는 토지소유권은 절대적이지 않고 공공 이익이나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를 부담하거나 제약을 수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토지공개념 정신을 담은 '택지소유상한법'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법'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택지소유상한제만 보면 헌법상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 위헌적인 규정이라 판단했다.
서울 아파트값 급등 조짐과 관련해 정부가 강남과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와 용산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2020년 지난 정부 때 마이스(MICE) 개발사업과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추진을 이유로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이 처음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서울시는 5년 만에 거주 이전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민원이 많아 이곳의 토지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이제 부동산 급등을 이유로 해제 35일 만에 서울시는 재지정을 하며 많은 혼란을 일으켰고 신뢰감 없는 정책을 만든 데 사과했다. 몇 가지 문제점을 분석해 본다.
첫째, 토지거래허가제는 1970년대 말 부동산 투기 열풍을 잡으려 도입한 장치이다. 농지였던 곳을 신도시나 대규모 택지로 개발해서 조성하는 경우 투기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대규모 개발 계획으로 지목(地目)이 변경되면 토지 가치 급등이 우려되기에 도입됐다. 그런 취지와 달리 부동산 급등으로 주택거래 허가제를 시행하려는 것은 정공법이 아니다. 그것도 동 단위 지정에서 구 단위 지정(강남 3구, 용산)으로 확대한 것은 개인의 재산권과 거주이전을 침해할 수 있다. 집값이 전혀 오르지 않은 곳의 주민들은 강펀치를 맞았다.
둘째, 부동산 가격 안정의 실효성도 없다. 2020년 토지거래허가제도로 묶인 아파트 단지는 원래 인기였고 전반적인 부동산 거래 불황에도 신고가를 이어갔다. 정부나 지자체가 오히려 좌표를 찍어줘서 인기 있는 곳이란 것을 알려줄 뿐이다. 매물 잠김에 따른 거래 위축으로 오히려 부동산 거래 세수를 줄이기만 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오히려 인근 지역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풍선효과’로 이어진다. 반포가 연일 신고가를 기록한 것도 지난번 토지거래허가제도에 묶이지 않아서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제 마포구, 성동구가 오르면 이곳도 묶어버린다니 도대체 정책 발상이 과도하다.
셋째, 금리가 내려가는 시점에서 해제한 것은 정책 당국자의 결정에 너무 문제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월 기준 금리를 내리면서 부동산으로 돈이 몰릴 것을 우려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때 지정을 풀었다면 차라리 욕이라도 덜 먹었을 것이다. 규제는 또 다른 역설을 부른다. 부동산은 늘 뜨거운 감자이기에 시점까지 고려해 정책에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에 따라 대출을 늘리기도 줄이기도 한다. 차라리 전세 대출 금지(취약 계층 제외)를 해서 갭투자를 줄이는 게 더 바람직하다. 갭투자야말로 집값 상승을 불러오는 주범이다. 주택 소유자가 집을 추가로 살 때는 월세만 가능하게 하면 어떨까. 지난 정부에 만든 부동산 대책은 똘똘한 한 채라는 유행어를 낳고 인기 지역으로 전국 각지의 돈이 몰리게 했다. 똘똘한 한 채로 몰리게 한 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보기를 바란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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