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ed, 기준금리 4.25~4.5% 동결
올해 금리인하 전망 2회 유지
파월은 비둘기 띄웠지만…성장률 ↓·물가 ↑
Fed,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시사
월가 "물가 위험 축소" "트럼프 눈치" 지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올해 금리를 2회 인하한다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관세발(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로 인한 물가 상승은 일회성이고, 경제도 여전히 강력하다고 밝혔다. 예상보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파월 의장의 발언에 뉴욕증시는 환호했고, 시장은 연내 3회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높였다.
다만 Fed가 올해 성장률 전망은 낮추고 물가 예상은 높이면서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둔화)' 우려가 일부 확인된 데다, 다음 달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예정돼 있어 월가에선 경계감을 늦춰선 안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美 Fed, 올해 금리 인하 전망 2회 유지…성장률 낮추고 물가 전망 높여
Fed는 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공개한 정책결정문을 통해 연방기금금리를 연 4.25~4.5%로 동결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동결 조치다. 이로써 한국과의 금리 차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를 유지했다. Fed는 이날 정책결정문에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문구를 처음으로 추가하며 "위원회는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 이중 책무의 양쪽 위험에 모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 전망은 대폭 수정했다. Fed는 이날 공개한 경제전망요약(SEP) 업데이트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하향했다. 반면 물가 상승률은 Fed가 가장 중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기준으로 2.5%에서 2.8%로 올려 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일부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높였지만 성장률 전망을 낮추면서 올해 금리 경로 예상은 그대로 유지했다. Fed는 새 점도표에서 올 연말 금리 전망치 중앙값을 기존과 같은 3.9%로 제시했다. 현재 금리가 연 4.25~4.5%란 점에서 위원들이 올해 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3개월 전에는 Fed 위원 19명 가운데 15명이 2회 이상 인하를 예상한 반면 이번에는 11명에 그쳤다.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로 Fed 내부의 금리 전망이 다소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으로 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Fed는 2026년과 2027년 연말 금리 전망치 중앙값은 각각 3.4%, 3.1%로 역시 종전 수준을 유지했다.
아울러 Fed는 양적 긴축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Fed는 현재 매달 최대 250억달러의 국채를 만기 도래 시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양적 긴축을 진행 중인데, 다음 달부터는 국채의 양적 긴축 한도를 매달 50억달러로 줄인다.
파월 "관세發 인플레 일시적"…월가 "상호관세 부과 후 5월 분위기 바뀔 것"
FOMC 직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파월 의장의 메시지는 비둘기파적 색채가 짙었다. 파월 의장은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것이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고 우리의 조치 없이도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면 그냥 지켜보는 게 적절할 수 있다"며 "관세 인플레이션의 경우도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관세 정책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일회성에 그치고 충격도 제한적일 것이란 설명이다. 단기 인플레이션 전망과 달리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는 점도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현재 미국 경제가 "강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경기 침체 위험은 상승했지만 높지 않다"며 지금이 스태그플레이션 상황도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의 정책은 앞으로 다가올 상황에 대응하기 좋은 위치에 놓여 있다"고 했다.
다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관세 정책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부분적으로는 관세 대응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올해 내내 추가 진전이 지연될 수 있다" "(경제는) 전반적으로 견고하지만 가계·기업 조사 결과는 불확실성 증가와 경기 하강 위험에 대한 상당한 우려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Fed가 올해 금리 전망을 유지하고, 파월 의장의 관세 발언이 시장에 안도감을 주며 금융시장은 환호했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92% 상승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08%, 1.41% 뛰었다. 시장은 연내 2회 금리 인하를 넘어 3회 인하 기대감까지 높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F)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현재 금리 선물 시장은 Fed가 올해 금리를 3회 이상 인하할 확률을 54.8% 반영하고 있다. 전날 44.3%에서 10%포인트가량 뛰었다. JP모건의 앨리슨 아우젠바우 투자 전략 책임자는 "일시적이라는 단어가 돌아왔다"며 "시장 반응을 보면 투자자들은 관세와 여타 정책들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만들지 않고, Fed가 통제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월가 일각에서는 파월 의장이 관세 정책의 후폭풍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아디차 바브 이코노미스트는 "그들(Fed)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폄하하는 데 놀랐다"고 지적했다. LH 메이어의 데렉 탕 이코노미스트는 "파월은 지금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walking on eggshells)"며 "그는 지금 Fed가 백악관의 조준점에 들어가길 원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관세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이 2021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던 오판의 데자뷔가 될 수 있다는 지적 또한 제기된다.
미국이 앞서 예고한 대로 4월2일 전 세계에 상호관세 폭격을 퍼붓고 나면 한 달여 뒤인 5월 FOMC 회의가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모건스탠리의 짐 캐런 포트폴리오 솔루션 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4월 (상호관세) 이벤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오는 5월7일 FOMC 회의에서는 (파월 의장의) 톤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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