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자금조달 통한 전고체 투자 계획
전기차 이어 휴머노이드로 전고체 시장 확대
전고체 기술 확보 업체와 협력 강화 기대
유상증자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삼성SDI가 '게임 체인저'인 전고체 배터리를 2027년부터 양산한다. 전기차 케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으나 앞으로 다가올 슈퍼사이클에 대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을 주주들에게 공개했다.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기가 다가올수록 공급망에 속한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삼성SDI를 비롯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씨아이에스, 이수스페셜티케미컬 등으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SDI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로 2조원을 조달한다.
조달자금은 북미와 유럽 현지법인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국내 전고체 배터리 투자를 위한 시설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전날 주주총회를 연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올해 내 다음 단계인 고용량화와 양산 기술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또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특성인 주행거리와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전기차 시장을 성장시킬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해 배터리 화재 위험성이 낮고 무음극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SDI가 황화물계 전고체 전지 개발을 선제적으로 해온 만큼 올해 안에 샘플 테스트 결과가 일부 가시화될 것"이라며 "관련 공급망 구축이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SDI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한국 업체들 위주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며 "2027년 양산 목표를 고려했을 때 올해와 내년 사이에는 관련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I가 주주들의 반발을 사는 유증을 강행하면서까지 전고체 배터리 투자를 서두르는 이유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선점 의지가 꼽힌다. 인공지능(AI) 바탕의 휴머노이드 구동을 위해 각종 센서와 카메라, 구동모터, 무선통신, GPS 등을 작동시키려면 배터리 용량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성능을 높일수록 전력 소모량은 이에 비례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로봇 개발업체와 배터리 업체 간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인데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를 빠르게 양산하면 휴머노이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전기차를 위한 전고체 배터리 경쟁에서 휴머노이드 시장까지 확장하면서 공격적인 투자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을 통한 투자 여력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 자산 가치는 58조원으로 삼성SDI가 보유한 지분율 15.2%를 고려했을 때 7조원 수준의 추가적인 그룹 지원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전고체 배터리 공급망에 들어갈 기업으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전고체용 니켈도금박 개발을 완료했다. 니켈도금박은 전해동박 양면에 니켈을 도금한 차세대 소재다. SK넥실리스도 최근 전고체 배터리용 니켈(Ni)박, 니켈(Ni)-도금박, 니켈(Ni)-합금(Alloy)박 등을 개발했다.
씨아이에스는 전고체 배터리용 황화물계 고체전해질과 전고체 전지 전용 공정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2021년부터 유럽의 전기차 회사와 고체전해질 평가에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황화리튬과 같은 황화수소와의 합성을 통해 생성되는 제품(TDM)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황화리튬은 2027년부터 대량 생산을 시작해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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