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17개 브랜드 출고가 평균 7.2% 인상
높은 점유율 토대로 수익성 제고 전망
신제품 확대 등 프로모션 비용 증가는 부담
국내 라면시장 1위 사업자인 농심 이 17일부터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 최근 수익성 부진으로 주주들에게 뭇매를 맞은 가운데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려 반전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농심은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만큼 가격 인상 카드가 쏠쏠한 효과를 낼 것으로 점쳐지지만, 신제품 확대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이날부터 총 56개 라면과 스낵 브랜드 중 17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한다. 이번 가격 인상은 2022년 9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인상되는 품목은 라면 31개 브랜드 중 14개, 스낵 25개 중 3개 브랜드다. 주요 제품의 인상 폭은 출고가격 기준으로 신라면 5.3%, 너구리 4.4%, 안성탕면 5.4%, 짜파게티 8.3%, 새우깡 6.7%, 쫄병스낵 8.5% 등이다.
농심은 라면 원가의 주요 항목인 팜유와 전분류, 수프 원료 등 구매비용의 증가와 환율, 인건비 등 제반 비용 부담 증가를 이번 가격 인상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농심 관계자는 "그동안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원가절감과 경영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인상 압박을 견뎌 왔지만 원재료비와 환율이 상승함에 따라 가격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경영 여건이 더 악화하기 전에 시급하게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농심은 지난해 매출액 3조4387억원, 영업이익 163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0.8%)이나마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3.1% 감소하며 영업이익률이 4.7%에 그쳤다. 이는 전년(6.2%) 대비 1.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매출 증가는 제한적이었던 데 반해 판촉비 등 비용은 늘면서 수익성이 낮아졌다. 반면 삼양식품은 해외시장 호실적을 바탕으로 영업이익 3442억원을 기록하며 2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거뒀는데, 이는 최근 익명 소수주주 '언로킹 밸류(Unlocking Value)'에게 기업가치 제고 계획안 공표를 압박받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농심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원재료비와 판촉비 부담 증가로 영업이익률 측면에서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가격 인상은 매출과 영업이익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개선을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인상 효과는 당장 오는 2분기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 인상으로 인해 단기적인 판매 물량 감소는 발생할 수 있겠지만 신라면 등 주요 브랜드의 B2B(기업간거래) 수요 등을 고려할 때 이를 상쇄하는 영업이익률 개선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농심이 내수 라면시장에서 50%가 넘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가격 인상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농심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은 2조7000억원이며, 이 중 내수 라면 매출은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손현정 유안타 증권 연구원은 "내수 라면 매출 중 신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전체 매출의 약 18%) 수준이므로 이번 가격 인상으로 전체 내수 라면 평균 판매가격은 약 2%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수 평균 판매가격이 2% 상승하면 약 300억원의 추가 매출이 발생하고, 대부분 이익으로 연결될 경우 별도 영업이익률은 기존 2~3%에서 3~4% 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수익성 개선을 위해선 국내시장의 회복과 더불어 해외시장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마케팅비 등 추가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신라면 툼바'는 출시 4개월 만에 2500만개 이상 판매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농심은 올 상반기 해외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 내 주요 유통 채널에 신라면 툼바를 입점하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주요 유통 채널 입점을 통해 현지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 브랜드 인지도 제고 효과를 얻어내야 하는 농심 입장에선 적극적인 영업비용 지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용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며 "미국 월마트의 매대 확장 효과의 지속 여부와 상반기에 진행될 신라면 툼바의 글로벌 출시 성과를 통한 해외 매출 성장 가능성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내수 소비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가격 인상 이후에도 국내 사업의 프로모션 비용 지출도 이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올 상반기 착공 예정인 부산 녹산 수출전용공장 투자도 부담이다. 앞서 농심은 지난해 8월 수출 수요 확대에 따른 생산 경쟁력 강화를 위해 1918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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