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대 주가 낙폭을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던 '라면 명가' 농심이 본격적인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당장 이번 주 단행된 가격 인상 효과는 오는 2분기 실적에서부터 확인될 전망이다. 여기에 앞으로 '신라면 툼바'의 글로벌 론칭 효과까지 더해지며 2025년이 '해외 매출 레벨업(Level-up)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잇따른다.
이는 그간 업계 선두에 걸맞지 않은 부진한 실적과 주가 하락세로 불만이 컸던 농심 주주들에게는 단연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여전한 원부자재 가격 인상 부담과 내수 경기 위축, 해외시장 공략 과정에서 비용 지출이 커질 수밖에 없는 점 등은 향후 수익성 개선을 제한할 수 있는 요인들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농심 은 라면 및 스낵 출고가 인상 첫날인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장 대비 1.57% 상승한 데 이어 이날도 3% 가까이 올라 주당 40만원을 기록했다. 예고대로 전날부터 신라면, 새우깡 등 라면 및 스낵 브랜드 17개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한 것이 주가 상승세로 이어진 것이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 추세는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추정되나 실적 관련 우려감은 이미 주가에 선반영됐다"면서 "지금부터는 긍정적인 개선 요인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오는 2분기부터 농심의 제품 가격 인상 효과가 실적에 본격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 개선 효과는 연간 200억~25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주 연구원은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개선으로 2025년 영업이익도 반등할 전망"이라며 올해 농심의 실적이 '상저하고'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봤다.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인상된 출고가는 유통처 재고가 소진된 4월부터 본격 반영될 것"이라며 "별도 영업이익률이 4.2%로 전년 대비 1.1%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추산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 역시 "과거 가격 인상 시 경험했던 실적 개선, 밸류에이션 상승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주요 증권사들이 실적 발표 직후인 지난 13일 업데이트한 농심의 목표주가는 주당 45만~54만원 범위에서 모두 '매수' 의견이 확인된다. 하나증권, DS투자증권은 각각 54만원을 제시했다. KB증권은 52만원, 신한투자증권은 50만원을 목표주가로 설정했다. 인상가격이 적용되기 전인 지난 14일 종가를 기준으로 최대 40%까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 셈이다.
여의도 증권가가 가격 인상과 함께 꼽은 또 다른 호재 키워드는 바로 '신라면 툼바'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국내 수익성 회복과 더불어 해외 매출 레벨업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이달부터 신제품 툼바의 글로벌 론칭이 본격화됐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툼바의 구글 트렌드가 이달 들어 큰 폭 상승하고 있다"고 글로벌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언급했다. 류 연구원 또한 "신라면 툼바의 주요 해외 채널 입점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유통처 수요가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진단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올해 농심 북미법인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재고 조정으로 매출이 감소했던 중국 법인도 올해는 판매 정상화, 당국의 적극적인 내수 부양 의지에 힘입어 점진적 회복세가 전망된다. 여기에 증권가는 유럽 판매법인 설립에 따른 신규 시장 확대 역시 농심의 글로벌 호재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1분기까지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데다, 국내외에서 원부자재, 프로모션 관련 비용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 사항이다. KB증권은 내수 회복 지연,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비용 등을 반영해 농심의 2025년 영업이익 전망을 하향 조정한 상태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번 가격 인상 조치에도 불구하고 "마케팅비 지출 확대, 통상임금 관련 인건비 증가로 (영업이익) 증가폭이 제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내수 소비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가격 인상 이후에도 국내 사업의 프로모션 비용 지출은 이어질 전망"이라며 "북미 법인 또한 상반기 동안 신라면 툼바의 본격적인 메인스트림 입점이 예정돼 있는 만큼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해외 매출액 성장 가능성 확인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투자자들에게 제언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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