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일간 표류한 페루 어부 극적 구조…"바퀴벌레 먹으며 버텨"

조업중 악천후로 작년 12월 항로 이탈
바퀴벌레·새·거북이 잡아 먹기도

페루의 한 어부가 악천후로 바다에서 실종된 지 95일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16일(현지시간) CNN방송은 페루 어부 막시모 나파 카스트로(61)의 구조 사연을 보도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7일 페루의 남부 해안 마을 마르코나에서 고기잡이배를 몰고 바다로 나갔다가 거센 폭풍우를 만나는 바람에 항로에서 이탈했다. 그의 가족들로부터 실종 신고를 받은 페루 해상 순찰대는 곧바로 수색에 나섰지만 어디에서도 나파 카스트로의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95일 동안 바다에서 표류하다 생환한 페루 어부 나파 카스트로가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무려 95일 동안이나 망망대해를 표류한 그는 지난 11일 에콰도르 어선에 의해 발견돼 극적으로 구조될 수 있었다. 그가 발견된 장소는 페루 북부 해안에서 약 1094㎞ 떨어진 곳이었다. 나파 카스트로는 발견 당시 심한 탈수 증세를 보이며 위독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파 카스트로는 구조된 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배에서 빗물을 모아 마시고 바퀴벌레와 새, 거북이를 잡아먹으며 버텼다"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는 구조되기 직전 15일간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파 카스트로는 생명을 위협하는 극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가족을 생각하며 끝까지 힘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죽기 싫었다. 매일 어머니를 생각했다"라며 "생후 2개월 된 손녀가 있었는데 그 아이를 떠올리면서도 버텼다"고 했다. 이어 "두 번째 기회를 주신 신께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딸인 이네스 나파 토레스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하루하루가 가족에게는 고통이다. 이런 일을 겪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아버지를 찾을 때까지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네스는 아버지가 구조된 후 다시 글을 올려 "아버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의 축복이 함께하기를"이라며 에콰도르 어부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나파 카스트로는 귀환 후 페루 북서부의 한 병원에서 검사받은 뒤 15일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