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2년 새 29건 탄핵안 발의
검사 탄핵사유 1건도 인정 안 돼
사전심사제 도입 등 제도 개선 필요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심판청구가 13일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됐다. 현 정부 들어 벌써 8번째 기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023년 2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불과 2년 사이에 모두 23명의 공직자에 대해 29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정부 수립 이후 지난 정부까지 74년 동안 발의된 탄핵안(21건)보다도 많은 탄핵안을 발의한 셈이다. 이중 국회 가결된 게 13건인데, 헌재 결정이 나온 8건 중 단 한 건도 인용되지 않았다.
최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청구 사유로 민주당은 크게 4가지, 세분하면 16가지를 주장했지만, 헌재는 주심위원의 열람 없이 감사보고서의 시행이 가능하도록 한 행위와 법사위 현장검증에서 회의록 열람을 거부한 행위 2가지만 위법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중대한 법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사 3명에 대한 크게 3가지, 세분해 10가지가 넘는 탄핵 사유는 단 한 가지도 인정받지 못했다. 민주당이 추천한 재판관들도 이견이 없었다.
탄핵 사유를 급조해 심판을 청구하다 보니 여러 가지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수사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지도 않은 이 지검장이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처럼 주장했는가 하면, 탄핵사유만 있고 이를 뒷받침할 입증 자료들이 없음을 헌재가 지적하자 오히려 헌재에 증거를 확보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두 번째 탄핵안에는 검사 탄핵안에 기재한 내용을 복사해 붙였다가 ‘실수’라고 해명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민주당에는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변호사 자격이 있는 율사 출신 의원들이 여럿 있다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식의 탄핵소추안 발의가 가능했는지 믿어지지 않는다.
탄핵 제도는 헌법과 법률에 반하는 위법행위를 저지른 고위공무원을 그 직에서 파면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우리는 이미 21년 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청구 사건을 통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고 무조건 파면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런 점에 비춰볼 때 민주당의 탄핵소추는 인용이 안 될 걸 뻔히 알면서도 어떤 의도를 갖고 진행한 것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 의도는 많은 사람이 이미 짐작하고 있다. 법이 정치를 위해 악용된다면 그 ‘정치’ 역시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는 없다.
민주당은 지금껏 헌재에서 기각된 탄핵소추안에 대해서는 유감 표명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와는 엄연히 별개 사안이며, 민주당이 사과한다고 해서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고 볼 수도 없다.
민주당의 ‘사과’는 윤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에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믿고 있다. 무분별한 탄핵으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은 그 누구보다 국민이기 때문이다. 사법·행정적 차질의 피해자도 국민이고, 세금으로 지불한 비용도 국민 주머니에서 나왔다.
헌재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 하루만 공백이 있어도 국가 주요 기관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공직자에 대한 탄핵의 결론을 내리는 데 무려 98일이 걸렸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헌법소원처럼 청구요건에 대한 사전심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