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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검찰과 공수처의 身言書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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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쇼핑, 계엄 개입 의혹 등
신뢰 잃은 검찰·공수처 수사
서로를 겨냥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나

[초동시각] 검찰과 공수처의 身言書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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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唐) 태종 이세민은 나랏일을 믿고 맡길 인재를 등용하는 잣대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제시했다. 신당서(新唐書)에 나오는 내용이다. 먼저 신은 그 얼굴과 몸가짐이 듬직하고 위풍당당해야 한다고 했다. 품위가 있되, 거들먹거리지 않고 삼갈 줄 아는 신중(愼重)한 자세다. 둘째 말은 조리 있고 반듯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말은 곧 믿음(信)이다. 툭하면 말 바꾸는 사람은 나랏일 할 자격이 없다. 서예를 서법(書法)의 경지로 보는 중국인들은 글씨에도 사람의 됨됨이가 녹아있다고 봤다. 글씨는 정확하면서 아름다워야 한다. 마지막 판단력인데 ‘공직자’에게 있어서 사리 분별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는 요건이라고 하겠다.


당 태종은 이 기준을 과거시험에 적용했고, 고려에 과거제를 도입한 광종도 이 기준을 들여와 인재 등용의 기준으로 삼았다. 1400년이나 된 공직 선발 기준이지만 여전히 회자하고 적용되는 것을 보면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는 지혜가 멀리 있지 않다.

당 태종의 옛이야기를 꺼낸 것은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두 기관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언서판의 기준에 맞춰 이들의 업무 처리 모델을 제시한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신뢰감을 주는 수사를 토대로 치밀한 말과 글을 더해 영장과 공소장을 작성하며 재판에 이르러서도 누구나 납득할 만한 논리와 판단을 제시해야 한다’. 이들은 기준에 맞게 일하고 있는가.


공수처는 당장 신뢰의 위기에 빠져 있다. 이른바 ’영장 쇼핑‘ 의혹인데,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공수처 수장인 오동운 처장의 최초의 말(言)과 한 달 후 해명(書)이 불일치하면서 갈수록 파문이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사실이 있음에도 자신 있게(?) "없다"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여당 의원의 서면질의에 대해 최초 답변도 일부 허위였음이 드러났다. 윤 대통령 측이 영장을 청구한 흔적을 찾았다는 주장을 추가로 제기하자 그제야 말을 바꿨다. 더욱이 오 처장이 법률가가 아닌 파견 직원 탓을 하는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을 ‘시전’하며, 거버넌스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까지 불러일으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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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12·3 비상계엄 수사 과정에서 석연찮은 행동들을 했다. 국회 ’윤석열 내란 진상 조사단‘이 비상계엄 상황에서 검찰 주요 간부가 군 방첩사령부 간부와 통화하고 선관위로 출동했다는 내용의 제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주요 군 지휘관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검찰이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검찰은 즉각 ‘안부 전화를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으나 개운치 않다. 검사라면 몸가짐에 신중해야 하고 오해를 살 행동조차 하지 않아야 한다. 계엄 당시 ‘비화폰 사용 내역’의 키를 쥔 김성훈 대통령경호실 차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세 차례 거부하고,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포기한 것도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여기에 더해 두 기관은 볼썽사나운 진흙탕 싸움을 연상시키는 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검찰이 공수처를 압수 수색하고, 공수처는 검사들을 수사하겠다고 벼른다. 몸가짐은 가볍기 이를 데 없고, 툭하면 변명을 일삼으며, 논리와 판단력은 치밀하기는커녕 옹색하다. 당 태종이라면 이런 사람들은 뽑지 않았을 것이다.




임철영 사회부 차장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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