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만성 적자, 지난해 -125억달러로 확대
'여행지급'서 절대적 규모 日, 올해 엔화 강세 영향 관심
中 경기부양, '여행수입'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여부 주목
만성 적자 상태인 우리나라 여행수지가 올해 적자 폭 만회를 기대할 수 있을까. 열쇠는 일본과 중국에 있다. 원·엔 환율이 1000원에 육박하면서 그간 엔저 바람을 타고 급증했던 내국인의 일본 쇼핑 여행 수요가 주춤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내국인이 해외에서 쓴 돈은 '여행지급'으로 잡혀 여행수지의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데, 이를 줄여 적자 폭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중국의 경우 경기부양책 효과로 한국에 들어오는 중국 여행객이 늘며 '여행수입' 개선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국을 방문해 지갑을 여는 중국인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여행지급' 절대적 규모 日, 올해 엔화 강세 영향 관심
1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행수지는 2000년 이후 만성 적자 상태다. 연간 여행수지 적자는 증가 추세를 이어오다가 2017년엔 183억2370만달러까지 커졌다. 이후 코로나19로 주춤했다가 하늘길이 열리면서 다시 규모를 키워 지난해 125억2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18년(165억6570만달러) 이후 6년 만의 최고치다. 지난해 외국인이 국내에서 쓴 돈을 집계한 여행수입은 167억1660만달러로 전년 152억9430만달러 대비 14억2230만달러(9.30%) 개선됐다. 그러나 이보다 규모가 큰 여행지급이 292억1860만달러로 전년(276억3350만달러)보다 15억8510만달러(5.74%) 늘면서 여행수지 적자 폭이 커졌다.
여행수지의 마이너스 요인인 여행지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일본이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23년 기준으로 지역별 여행수지를 보면 일본 여행지급은 52억1220만달러로 단일 국가 여행지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는 이 수치 역시 넘어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 출국자 수는 전년 대비 26.3% 증가한 2869만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일본 방문객은 860만명에 달했다.
여행수지 집계에서 일본은 구조적으로 우위에 있다. 한국인이 상대적으로 해외여행에 적극적인 데다 근거리 단기 여행지의 대표 격인 일본 방문이 잦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보복 여행'이 성행한 데다 엔화 약세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일본 방문 내국인 수는 급증했다. 방일 수요가 늘자 저가 항공 등에서 노선을 확대하면서 또다시 증가 요인을 만들어냈다. 반면 일본의 유효 여권 수는 2023년 말 기준 2064만개로 일본 전체 인구의 17% 수준에 불과하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여행수지에서 일본 여행수입은 17억1750만달러에 그쳤다.
올 들어서도 여행수지 적자 행진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역시 여행수지 적자는 16억7500만달러로 겨울방학 효과에 긴 설 연휴 영향이 겹치면서 2019년 1월(-17억1770만달러) 이후 가장 큰 월간 적자 규모를 기록했다. 여기에도 일본 여행지급 영향이 컸다. 올해 1월 내국인 출국자 수 297만5000명 가운데 일본으로 출국한 우리나라 국민은 96만7100명으로 집계됐다. 월별 내국인 일본 방문 역대 최대치다.
다만 올해 연간으로는 내국인 일본행 감소에 따른 여행지급 축소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다. 한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일본 회계연도 연말인 3월을 맞아 한국으로 들어오는 일본 여행객이 늘어나는 계절 요인이 작용해 여행수지 적자 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통화정책 변화 등에 엔화 강세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올해 여행수지 적자 폭 감소 압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구조적인 우위 요인에 의해 적자 축소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 관계자는 "일본인의 해외여행 수요는 저조한 반면 우리나라는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며 "해외 여행 수요 자체가 줄어야 여행수지 적자의 의미 있는 감소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中 경기부양, '여행수입'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여부 주목
올해 여행수지 적자 규모 가늠을 위해 주목하는 또 다른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우리나라 여행수입에 미치는 영향력이 주춤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지난해 경기 부양을 위한 '이구환신' 자금으로 1500억위안(약 30조원)을 푸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올해 한국 관광 수요에도 볕이 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여행수지 중 중국 여행수입은 수요가 주춤했던 2023년 기준으로도 49억7880만달러로 단일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업계에선 올해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2019년 중국 여행수입은 2023년 수치의 두 배에 가까운 88억9920만달러다.
한편 미약하게나마 중국 여행지급이 늘어날 요인도 상존한다. 변수는 중국이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인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시범 시행, 한국인의 중국 여행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231만명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115.6%) 증가했다. 올해 역시 중국 방문객 수 증가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도착지별 내국인 출국자 현황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중국을 찾은 내국인은 64만790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0만3470명) 대비 60.6% 증가했다. 다만 중국 여행지급은 2023년 기준 19억4100만달러 수준이어서, 눈에 띄는 반향을 일으키긴 힘들 것으로 분석됐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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