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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수의엔 주머니가 없어요"…가장 낮은 곳에서 빈자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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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최초 자서전
“교황직 죽을 때까지 잇는 사명”
호화로운 기존 숙소 마다하고
교황 상징 화려한 신발도 거부
봉사가 사제 소명이라 생각
세계 곳곳 권력 갈망 그만해야

프란치스코 교황(88)이 폐렴 증세로 입원한 지 3주가 지나면서 전 세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때 그의 상태가 위중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많은 이들이 걱정스럽게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직전 교황이 생존해 있을 때 교황직을 이어받았던 전례를 고려할 때, 교황직 사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사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교황의) 사명은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이어지는 것"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소 신념이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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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국내에 출간된 자서전 ‘나의 인생’(윌북)에서 위와 같이 밝혔다. 마치 현재의 상황을 예견한 듯 "누군가는 제가 조만간 입원해 교황직 사임을 발표하길 바랄 수도 있겠지만, 저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사도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경험한 역사적 순간들을 바티칸 전문 기자와 나눈 이야기를 담고 있다. 3세 때 겪은 제2차 세계대전부터 유대인 학살,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글로벌 이슈와 관련된 교황의 인생 이야기를 소개한다. 교황은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가장 아름답고 친밀한 소통 방식 중 하나"라며 "인생 이야기는 지금까지 찾지 못했던 작고 단순한 것들을 발견하게 해주며, 복음이 말하는 것처럼 바로 그 작은 것에서 위대한 것이 탄생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일어난 유대인 홀로코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아버지가 염색 사업을 하던 곳에는 많은 유대인 고객들이 있었고, 이로 인해 교황은 다섯 살 무렵부터 나치의 만행을 체감할 수 있었다. "유대인 아이들은 노는 동안에도 거의 웃지 않았고,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어요. 자기 민족과 친척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전쟁 지역에서 온 아이들을 만날 때면 같은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눈에 웃음기가 하나도 없고, 항상 억지로 미소 지으려 애쓰고 있어요."


어린 시절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동생 오스카와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어린 시절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동생 오스카와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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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신부님의 도움으로 입학한 살레시오 기숙학교는 어린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프란치스코 교황의 본명)에게 꼭 맞는 배움터였다. 그는 그곳에서 지식을 쌓는 방법뿐만 아니라 운동을 통해 선의의 경쟁을 배우며, 가톨릭 문화에 깊이 빠져들었다. 열두 살 때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사제의 소명을 느끼게 됐다. "그곳에서 저는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법과 나보다 가난한 사람에게 내 것을 나누어주는 법을 배웠습니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는 법이잖아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늘 가난한 이들을 향한 마음을 잃지 않았다. 그의 이름에도 그런 뜻이 담겨 있다. 그는 교황으로서 호화로운 기존의 숙소를 마다했고, 교황을 상징하는 화려한 빨간 신발도 거부했다. 처음 미사를 주재할 때에는 고향인 아르헨티나의 주교들과 지역 성직자들에게 미사에 참석하지 말고, 절약한 경비를 가난한 이들에게 기부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청빈을 강조한 탓에 일부에서는 교황이 공산주의자나 마르크스주의자라는 반발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황은 성경을 인용(사도행전 4장 32절)하며 "가난한 사람들 편에 선다고 해서 모두가 공산주의자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순수한 형태"라며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했다"라고 말했다.


교회 내 논쟁이 되는 동성애나 트랜스젠더의 결혼 인정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주님께서 제정하신 성사를 변경할 권한이 없습니다. 혼인성사는 오직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LGBTQ+(성소수자)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교황은 "하느님은 모든 사람, 특히 죄인을 사랑하신다"며 "그들이 교회를 집처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피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인간적인 약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가난한 이들을 가족처럼 여기며 살았지만, 어머니의 다섯 형제와는 거의 교류가 없었다. 교황은 어머니와 그 형제들 간의 관계가 좋지 않아 어릴 때부터 거의 그들을 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때때로 발생한 가족 간의 다툼은 교황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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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교황은 사회 곳곳의 부패에 대해 경고를 아끼지 않았다. "부패한 사람이 권력을 행사하면 항상 다른 사람을 자신의 부패 속으로 끌어들이고, 그들을 자신의 수준으로 끌어내립니다. 부패한 사람은 양심의 가책만으로는 자신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영혼을 마취시켜버렸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부패를 인지하기 어려운 입 냄새에 비유하며, 주변에서 지적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세계 곳곳의 권력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전쟁들과 제3차 세계대전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 없습니다. 무기를 내려놓으세요. 폭탄을 내려놓으세요. 권력에 대한 갈망을 멈추세요. 하느님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제발 멈추세요. 그만하면 충분합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나의 인생 | 프란치스코 교황 지음 | 윌북 | 296쪽 | 1만9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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