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각종 원산지 표기법 위반 사과
백종원 1인에 의존한 경영 전략
기업가치 하락…상장자금 M&A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요식업계 대부'로 불리는 백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화려하게 국내 증시에 입성했지만, '빽햄' 가격 논란을 비롯해 각종 구설에 휩싸이면서 기업 가치가 급락했다. 최근 외국산 재료를 국산으로 표기했다는 원산지 허위표기로 회사가 형사 입건까지 되자 백 대표가 공식 사과한 것이다.
백 대표는 최근 더본코리아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과문에서 "더본코리아와 관련된 여러 이슈로 인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특히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용납할 수 없는 잘못들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고개 숙인 '요식업 대부'
더본코리아는 백종원 대표가 1994년 인테리어 업체 다인인더스트리얼을 창업한 뒤, 1998년 실내포차 브랜드 '한신포차'를 론칭하며 외식업에 진출했다. 이후 새마을식당과 백다방, 홍콩반점 등 프렌차이즈 사업으로 확장했고, 가정간편식(HMR) 유통과 호텔더본제주를 운영하는 중소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4641억원, 영업이익은 360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백종원강석원 공동대표 지분은 각각 59.14%와 13.97%로 백 대표 우호지분이 75.43%에 달한다.
더본코리아의 고속 성장은 창업자인 백종원 대표가 이끌었다. 백 대표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비롯해 각종 예능방송에 출연해 요리 레시피와 자영업 운영 노하우 등을 전달하며 '상생하는 요식업의 대부'로 명성을 쌓았다. 이는 더본코리아 가맹사업은 물론 백 대표의 이름을 내세운 HMR 유통까지 성공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그동안 백 대표가 쌓은 '상생 이미지'는 최근 연이은 논란의 불씨가 됐다. 더본코리아는 올해 설 명절을 앞두고 판매한 '빽햄 선물세트'가 업계 1위 제품보다 비싼 가격에 책정되면서 비판을 받았다. 같은 용량 기준 더본코리아 제품 가격이 높은데 돼지고기 함량은 더 낮다는 지적이었다. 더본코리아는 자사 온라인몰에서는 해당 제품 판매를 중단했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더본코리아 산하 프랜차이즈인 연돈볼카츠가 출시한 과일맥주 '감귤 오름'도 감귤 함량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또 백 대표가 방송에서 "농가를 되살리겠다"며 국산 식자재 사용을 강조한 반면, 더본 밀키트에는 브라질산 닭고기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원산지 표기법 위반 의혹은 계속 불거졌다. 국산 식자재로 홍보한 한신포차 낚지볶음에는 중국산 마늘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고, 백종원의 백석된장도 중국산 개량 메주 된장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백종원의 백석된장 생산공장은 농업진흥구역으로 지정돼 원칙적으로 수입산 원료를 사용할 수 없는 곳이다. 농산물품질관리원 서울사무소 특별사법경찰은 최근 백 댚에 대해 원산지표기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흥행보증 수표 '백종원 간판'…리스크 부메랑
더본코리아에 대한 논란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진 것은 백종원 대표 1인에 의존한 기업 마케팅과 리스크 관리 탓이 크다. 더본코리아는 각종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조직적인 대응이 아닌 백 대표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논란에 대해 백 대표가 개인 채널을 활용해 해명을 하고 있는데, 회사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다는 의미와도 같다"며 "상장 이전에는 백 대표의 친숙한 이미지 덕분에 논란을 쉽게 비껴갔을 수 있지만, 상장 이후엔 주주들이 요구하는 책임감 있는 대응과는 거리가 먼 대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공개(IPO) 이후 급락한 기업가치는 최근 논란을 계기로 떠 쪼그라들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11월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가 인기몰이 당시 공모가 3만4000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4900억원으로 산정했는데, 주가수익비율(PER)이 17.6배에 달했다. 더본코리아는 CJ씨푸드·대상·풀무원·신세계푸드를 비교기업으로 선정, 매출액 4000억원대 프랜차이즈 기업이 종합식품 기업들과 비교해 고평가 논란을 받았다.
이 때문에 더본코리아는 상장 후 주가가 곤두박질했다. 더본코리아는 매출이 특정 브랜드에 쏠리면서 성장 잠재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빽다방의 매출은 789억원으로 더본코리아 전체 매출의 44.6%를 차지한다. 이어 홍콩반점이 269억원으로 15.2%로, 두 브랜드가 더본코리아 매출 전체의 약 60%를 맡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25개 외식 브랜드를 보유 중인데, 나머지 브랜드는 존재감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유행에 민감하고 업황 부침이 심한 외식업 특성도 악재로 작용했다.
상장 첫 날 공모가 대비 약 36% 높은 4만635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장중 6만4500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공모가가 무너졌고, 한 때 8000억원에 육박했던 시가총액은 고점 대비 반토막나 4000억원대까지 밀렸다. 백 대표의 형사입건 소식이 전해진 지난 13일 2만85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더본코리아 실탄 2600억원…백종원 리스크 'M&A'로 돌파하나
식품 업계에서는 백종원 대표가 기업 인수합병(M&A)를 통해 이번 사태를 반전시킬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상장 당시 도소매전문 식품기업 지분을 인수하는데 800억원, 푸드테크 관련 회사 지분 인수에 135억원 등 조달자금 935억원을 M&A에 활용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올해 들어선 대형 회계법인 출신 인력을 M&A팀으로 영입했다.
지난해 기준 더본코리아의 연결 기준 유동자산(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2639억원이다. 그 중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75억원, 단기금융상품으로는 1911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선 현재 더본코리아가 대부분 외부 기업에 생산을 맡기고 있는 만큼 향후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는 식품 제조사와 치킨 등 외식 프랜차이즈 등을 인수 대상으로 거론한다. 다올PE가 매각을 추진 중인 소스 제조사 엠지푸드솔루션(700억~800억원 수준) 등이 잠재적인 후보며, 큐캐피탈과 코스톤아시아가 매각 중인 노랑통닭 등도 오르내리고 있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상장할 때 말했던 것처럼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M&A 대상은 알아보고는 있으며, 현재 구체화된 사항은 없다"며 "현금 자금에 대한 활용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답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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