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신용 강등에 기업회생절차 신청
내수부진과 중국경쟁 심화 등으로 유통·건설·화학업종 부진 심화
올해도 신용등급 하향 이어지며 또 다른 홈플러스 등장 우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에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강등이 결정적 역할을 한가운데 작년부터 올해 2월까지 국내 35개 이상의 주요 기업이 신용등급 하락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인한 내수 부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과 건설업,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피해를 보는 화학업종에서 신용등급 하락이 이어졌다.
내수 부진과 중국 경쟁 심화 등으로 유통·건설·화학업종에서 신용 강등 이어져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 나이스(NICE)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가 작년에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회사는 35개(중복 제외)였다. 한국기업평가 19개, 한국신용평가 17개, 나이스신용평가에서 10개 회사의 신용도가 낮아졌다. 올해도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하향됐고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LG화학, 고려아연 등의 신용등급 전망치가 낮아진 만큼 신용등급 강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들은 국내 소매 판매 감소, 부동산 경기 침체, 중국과의 경쟁 심화 등의 공통점을 보였다고 신평사들은 밝혔다. 3대 신평사가 모두 신용등급을 낮춘 홈플러스와 이마트, 롯데하이마트 등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소비 침체와 유통업 채널 경쟁 심화에 따라 실적이 급감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내수경기 가늠자인 소매판매지수가 2022년 이후 역대 최장기간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소비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며 "여전히 높은 물가와 원리금 상환 부담, 경기 부진 우려 등으로 가계 소비심리 회복력이 약화하고 있어 유통산업 부진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경기둔화 영향과 온·오프라인 채널의 경쟁 심화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된 소매유통기업의 신용등급 하향이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내수 부진에 따른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에스건설, 신세계건설 등 대형 건설사의 신용등급 하락도 나타났다. 건설업황은 매우 나쁜 편인데 중견, 중소 건설사 부도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시공 능력 58위인 신동아건설과 대저건설(103위), 삼부토건(71위), 안강건설(138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신평사들은 전반적인 분양 경기 회복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며 올해도 국내 건설사들의 신용도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도 신용등급 하향 이어질 것으로 우려
중국 경쟁사의 대규모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실적 부진을 겪는 석유화학 업종에서도 신용등급 줄하향이 이어졌다. 여천NCC, 한화토탈에너지스, 효성화학 등의 신용등급이 하향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중국의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공급 과잉 상태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공급 증가 대비 제한적인 수요 회복세로 수급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영업수익 저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신용도 하향 압력 완화를 위해서는 사업 재편, 구조조정 등을 통한 재무 위험 경감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과의 경쟁과 세계적인 전기차 판매 부진은 이차전지 사업에도 먹구름을 드리웠다. 글로벌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4일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신용등급을 하향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신용등급 전망치를 지난달 내리기도 했다. 이 회사는 "비우호적 업황 전환으로 에코프로 계열 전반의 저조한 영업실적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통과 건설, 화학 등 주요 산업에서 신용등급 줄하향이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제2의 홈플러스 사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신용등급이 하향되면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가중되기 때문에 이미 나빴던 재무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할 수 있어서다.
김동혁 한국기업평가 평가기준실 전문위원은 "내수 부진과 글로벌 통상 여건 악화,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잠재 위험 등을 고려할 때 신용등급 하락 기조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건설, 석유화학, 이차전지 등 사업환경이 비우호적인 업종과 부동산 PF 리스크에 노출된 제2금융권의 신용도 하방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장기화한 내수 부진 현상으로 건설경기 및 소비경기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홈플러스 사태와 건설사 부도 등이 이어지면서 국내 산업 전반의 신용위험이 커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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