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풀리자 '가격 띄우기'
송파구, 한주만에 0.68% ↑
"시장 불안심리 자극" 목소리
서울 강남권 일대 아파트 가격 오름세가 한층 가팔라졌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꾸준히 상승하는 가운데 서울 송파구에서는 주간상승률이 2018년 2월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그간 실거주 의무 등으로 거래가 쉽지 않았는데 토허제를 풀면서 갭투자나 이사 등 아파트 수요가 일순간 몰리며 가격을 띄우는 모양새다. 다만 허가구역을 해제한 서울시나 관련 당국 안팎에서는 "일단 지켜보자"는 기류가 강해, 한동안 이 같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부동산원이 6일 낸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이달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0.14% 올랐다. 앞서 지난주(0.11%)에 이어 상승폭이 확대됐다.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 지방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서 전국 기준으로는 0.01%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많이 올랐다. 송파구는 한 주 만에 0.68% 올라 2018년 2월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연초와 비교해 누적 인상률은 2.08%에 달한다. 지난해 첫 두 달간 소폭 하락했던 것과 대비된다.
서초구(0.49%)나 강남구(0.52%)도 비슷한 흐름이다. 강동구를 포함한 서울 동남권 상승률은 0.48%로 집계됐다. 잠실·신천동, 청담·압구정동, 반포·잠원동을 중심으로 많이 올랐다. 그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매매가 쉽지 않았던 지역이 주를 이룬다.
부동산원은 "주요 선호 단지에서는 매도 희망가격이 올라 상승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며 "일부 지역이나 단지에서는 매수 관망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 전반적으로 상승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경기권에서는 과천·용인 수지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반적인 하락세다. 인천은 한 주 전보다 0.03% 떨어졌다. 지방에선 5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익명을 원한 한 전문가는 "금리 인하로 투자 여력이 생긴 데다 탄핵 후 정권이 교체된다면 집값이 오를 거라는 학습효과, 향후 2~3년간 공급 감소 우려 등이 맞물려 시장의 불안심리를 자극한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 불안요인이 감지되자 당국도 나섰다. 다만 현장 분위기와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해제 이후 주요 지역에서 거래명세를 따져보니 거래량은 늘었으나 평균 가격은 떨어졌다는 분석결과를 지난달 28일 내놨다. 일부 대단지에서 호가가 오른 건 맞지만 원하는 매수가격과 차이가 커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일은 많지 않다고 봤다.
또 중앙행정부처 차관과 서울시 부시장 등으로 구성된 부동산시장·공급상황 점검 TF는 지난 5일 회의를 통해 "주택시장 상황을 철저히 살펴보고 시장 교란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라고 뜻을 모았다. 강남을 비롯해 서울 주요 지역에 대한 현장점검을 하면서, 올 상반기 내내 허위신고·허위자료 제출 등을 막기 위해 기획조사를 하기로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도심 주택은 실거주 수요가 있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도 가격 하락 효과가 크지 않고 반대로 해제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일 거라고 추정하는 게 합리적이었을 것"이라며 "다만 시장에서 정책을 해석하는 태도는 완전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입맛에 맞는 정보를 선별적으로 수용하면서 개인 차원에서는 합리적이라고 판단할지라도, 군중 차원에서는 비합리적인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현재 그런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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