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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랑 말하는 것도 지쳐요"… 기숙사서 짐 싸는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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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곳 중 8곳은 경쟁률 미달
사생활 문제, 시설 노후화 등

동국대생 정모씨(24)는 지난 1월부터 밤에 깊이 잘 수 있게 됐다. 기숙사에서 학교 인근 자취방으로 옮기면서다. 기숙사에 살던 시절 그는 매일 밤 룸메이트가 여자친구와 통화하는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기 일쑤였다. 정씨는 "매번 주의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룸메이트는 말만 조심하겠다고 하고 밤마다 통화였다"며 "말하는 것도 지치고 힘들어서 기숙사를 떠났다"고 했다.


새학기를 앞둔 7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한 대학교 앞에 원룸, 하숙방 안내 전단지가 빼곡히 붙어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새학기를 앞둔 7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한 대학교 앞에 원룸, 하숙방 안내 전단지가 빼곡히 붙어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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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 기숙사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기숙사 10곳 중 8곳은 모집 정원보다 지원자 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숙사는 1인실이 드물고 대부분 2인실 이상인 탓에 생활 불편, 사생활 문제 등을 중시하는 대학생들이 떠난다는 것이다.

7일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소재 48개 일반대학 중 41곳(85.4%)에서 기숙사생 모집 미달이 발생했다. 기숙사 경쟁률은 2020년 1.04 대 1에서 2021년 1.09 대 1, 2022년 1.24대 1, 2023년 1.44대 1로 꾸준히 상승했는데 지난해에는 0.30 대 1로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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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기숙사는 원룸 등 다른 주거 형태보다 주거비가 훨씬 싸다는 강점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였다. 지난해 월평균 기숙사비는 1인실 42만5000원, 2인실 30만2100원, 3인실 24만9600원, 4인실 25만8200원이었다. 반면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운영사 스테이션3)이 분석한 지난해 1월 서울 상위 10개 대학 인근의 전용면적 33㎡ 연립·다세대 등의 원룸(보증금 1000만원)은 평균 월세가 57만4000원이었다.


그러나 출생률이 낮아진 이후 태어난 한자녀 가정 출신이 많아지고 사생활 중시 풍조 역시 강해지면서 ‘돈보다 삶의 질’을 찾는 대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 기숙사 2만7880실 중 84.5%(2만3547실)는 2인실 이상이다. "혼자서 쉬고 싶을 때가 있는데, 룸메이트가 있으면 힘들다" "다른 사람과 어쩔 수 없이 섞여 살아야 하는 게 힘들다"는 대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기숙사 건물이 노후화한 것도 기피 요인 가운데 하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집계한 지난해 서울 소재 대학 기숙사 건물 302곳의 평균 준공연도는 2004년이다. 지어진 지 20년 이상 된 건물도 이중 145곳이나 된다. 수도권지역 대학생 이모씨(23)는 "기숙사가 저렴하긴 하지만 건물이 너무 오래돼서 여름에는 곰팡이가 피기도 한다"며 "옛 건물이다 보니 개인 화장실 없이 공용 화장실로 쓰는 것도 불편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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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취업 준비로 휴학하는 학생이 많은데 이들 역시 기숙사에서는 살 수 없다. 대부분의 기숙사는 재학생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 휴학생 증가도 기숙사 인기 저하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대학생 이모씨(26)는 "취업 준비를 하면 어차피 기숙사에서 나가야 한다"며 "집주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장기 임차한다는 신뢰를 주면서 합리적인 월세로 원룸에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기숙사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1인실을 늘리고 건물 품질도 개선하면 좋겠지만, 사업성이 떨어지는 기숙사 사업 특성상 정비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며 "현실적으로는 저가형·고가형 기숙사를 따로 조성해 품질에서 차이를 두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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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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