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中 즉각 보복관세…멕시코도 맞대응 예고
트럼프, 캐나다 맞불 관세에 추가 보복 시사
트뤼도 "美, 우리 경제 붕괴 후 합병 원해"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4일(현지시간) 이틀 연속 일제히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멕시코·캐나다·중국에 관세 부과를 강행하고 각국이 보복 조치를 시사하며 글로벌 무역전쟁에 대한 공포가 확산됐다. 투자자들은 관세발(發) 경기 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틀 연속 주식 매도에 나섰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70.25포인트(1.55%) 급락한 4만2520.99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71.57포인트(1.22%) 내린 5778.1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65.03포인트(0.35%) 하락한 1만8285.16에 장을 마감했다.
종목별로는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둔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4.52% 내렸다. 포드는 2.93% 하락했다. 멕시코 음식 체인인 치폴레는 2.14% 미끄러졌다. 치폴레는 아보카도의 절반을 멕시코에서 조달하는데 관세 인상으로 이익 마진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 매도세가 짙어졌다. 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1.69% 올랐지만 전반적인 투심 위축 속에 주요 지수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이날 오전 0시부터 멕시코·캐나다·중국에 대한 관세를 발효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한 달간 유예했던 25%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에는 기존 10% 추가 관세에 이어 이번에 10%를 더해 총 추가 관세율을 20%로 올렸다. 각국은 즉각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캐나다는 총 1550억캐나다달러(약 156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이 중 300억캐나다달러(약 30조원) 규모의 수입품에는 이날부터 관세를 부과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 "그가 원하는 건 캐나다 경제의 완전한 붕괴"라며 "그래야 우리를 합병하기가 더 쉬워지기 때문"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에 최고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오는 10일부터 시행한다. 멕시코의 경우 9일 관세·비관세 조치를 통해 맞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추가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는 이날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캐나다의 트뤼도 주지사에게 설명 좀 해달라"라며 "그가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우리의 상호관세는 즉시 같은 수준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4월2일 전 세계를 상대로 예고한 상호관세를 캐나다에는 즉시 부과할 수 있다는 뜻도 시사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관세 협상 막판 타결 가능성을 기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협상 가능성을 일축하고 예정대로 '관세폭탄'을 던지면서 글로벌 관세 전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는 3국 간 자유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대부분 교역품에 무관세를 적용해 온 데다, 공급망 역시 고도로 통합돼 큰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CFRA 리서치의 샘 스토벌 최고 투자 전략가는 이날 증시 하락을 "조건부 조정이라고 부르겠다"며 "이는 실제로 하나의 조건, 즉 트럼프가 관세를 얼마나 많이 유지할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칼베이 인베스트먼트의 클라크 게라넨 수석 시장 전략가는 "화요일 부과된 관세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매우 불확실하다"며 "우리는 이것이 협상 전략에 더 가깝고 길고 지루한 상호 무역 전쟁의 시작이 아니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는 먼저 매도하고 나중에 묻는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전날 발표된 제조업 지표도 예상보다 부진해 경기 위축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는 2월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3을 기록해 전월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PMI가 50 이상으로 여전히 경기 확장 국면이지만, 전망치(50.6)를 밑도는 등 확장세가 예상보다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향방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 이번 주에는 주요 고용 지표도 연이어 공개된다. 미 노동부는 오는 7일에 2월 고용 보고서를 내놓는다. 지난달 비농업 신규 고용은 15만6000건 늘어나 1월 수치(14만3000건)를 상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틀 앞선 5일에는 미국 민간 노동시장 조사업체 ADP의 2월 비농업 고용 보고서가 공개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신중한 금리 인하 기조를 거듭 확인한 가운데 노동시장 현황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통화당국이 주시하는 주요 경제 지표다. 같은 날에는 Fed의 경기 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도 공개된다.
미 국채 금리는 장기물과 단기물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3bp(1bp=0.01%포인트) 상승한 4.21%,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일보다 4bp 하락한 3.93%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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