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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꼴등은 인사조치"…신속집행에 우는 공직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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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집행의 덫]②

역대 최고 신속집행에 지역사회 혼란
신속집행 못하면 하반기 인사 불이익
"소방 물품 1년치 미리 사라" 지시도

지난 1월20일 세종 정부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민생정책 신속집행 점검회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지난 1월20일 세종 정부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민생정책 신속집행 점검회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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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살리겠다며 중앙정부가 시작한 '신속집행'이 지역에서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부가 정한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주고, 목표치에 미달하면 2주 안에 새로운 사업을 찾아오라는 식이다. 경기 부양과 무관한 각종 수당을 당겨 집행하는 기조도 여전했다.


5일 아시아경제가 여러 시군구로부터 입수한 '신속집행 추진계획' 문건에는 강압적이거나 황당한 지시가 다수 발견됐다.

"신속집행 못한 만큼 사업 가져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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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A시는 올해부터 신속집행 실적이 낮은 부서에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총 139개 부서의 신속집행 달성도를 그룹별로 평가하고 실적이 낮은 10개 부서를 선정하는 식이다. 저성과 부서장들에 대해서는 오는 7월 인사조치가 이뤄진다. 사실상의 질책성 인사다. 부서에 나눠주는 업무추진비도 5~10% 감액된다.


A시 과·팀장급 공무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신속집행 자체가 어려운 부서가 난감한 상황이다. 규제나 인허가로 지연된 공사는 일선 공무원이 신속집행하기 어렵다. 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공무원을 한 지 20년이 돼가는데 신속집행을 못했다고 인사 조치를 하겠다는 계획은 처음 본다"면서 "시에서 신속집행의 숫자 달성에만 매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말 강원도의 B시는 신속집행 목표를 채우지 못한 부서장들에게 추가 사업을 발굴하라고 지시했다. 5000만원 이상 사업 중 집행률이 가장 저조한 사업을 부서마다 5개 이상 제출하고, 미달 금액은 다른 사업으로 메우라는 방침이다. 담당자들은 오는 7일 부시장 주재로 열리는 신속집행 점검회의 전까지 사업을 찾아야 한다. 계획된 예산을 빨리 쓰자는 취지와 달리 뭐든 돈부터 빨리 쓰자는 기조로 변질된 셈이다.

신속집행 목표를 채우기 위해 경기 활성화와 무관한 지시도 내려오고 있다. 부산의 C구청장은 직원들에게 이달 안에 건강검진을 끝내라고 전달했다. 건강검진 지원에 드는 비용도 신속집행 차원에서 모두 소진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건강검진 예산은 인당 지원금이 수십만 원에 불과해 경기진작 효과가 작다. 대부분의 직원이 지원금을 모두 쓰기 때문에 신속집행을 하지 않아도 불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D광역 지자체는 소방본부와 소방서에 할당된 예산 683억원 중 480억원(70.3%)을 상반기에 신속집행하기로 했다. 강도 높은 신속집행 목표 때문에 소방관들은 연간 비품 예산을 1분기에 최대한 써야 한다. 구급 의약품이나 호스 등 소방 활동에 필요한 물품까지 예측해 선구매해야 할 판이다. 문제는 재난이 예측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상반기에 발생한 재난으로 특정 제품을 모두 써버리면 하반기 소방 활동에 차질이 생긴다.


대규모 공사 하나만 있어도 신속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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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태가 나타나는 건 신속집행 달성이 구조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워서다. 신속집행 목표를 채우려면 도로나 대형건물 등 대규모 공사에 선금을 지급해야 한다. 경기부양 효과도 가장 크다. 하지만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업은 신속집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자체가 아니라 국가나 법원이 나서서 풀어야 할 문제들도 있다. 이 경우 돈 쓰기 쉬운 곳을 찾지 못하면 신속집행을 크게 미달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의 E구청이다. E구청의 2022년 신속집행 달성률은 36.9%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도시개발, 저류시설, 복합체육관 사업 3개가 발목을 잡았다. 세 사업은 규제 등의 문제로 E구청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게 불가능했다.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면서 생긴 세 사업의 미집행액은 631억원에 달한다. 전체 신속집행 목표액 2908억원의 21.6% 수준이다. 몇몇 문제 사업이 신속집행률을 크게 떨어뜨린 셈이다.


지방직 공무원들은 정부가 올해 최고 수준의 신속집행 목표를 설정하면서 부작용이 유독 심해졌다고 지적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9일 중앙·지방재정 358조원을 상반기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중앙 재정의 신속집행 예산은 전체 67%, 지방·교육재정은 각각 60.5%, 65%로 역대 가장 많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신속집행 예산은 전체 50% 전후였다. 확 높아진 신속집행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자체장이 무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년 6월 열리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신속집행에서 우수한 실적을 달성한 지자체들은 총 15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나눠 받는다. 행정안전부가 지자체에 특별교부세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재선을 노리는 지자체장의 경우 내년 선거에서 지역 경제를 적극적으로 부양하고 인센티브까지 받았다는 치적을 내세울 수 있다.


정부는 지역사회의 애로에도 불구하고 신속집행 기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예산은 수치상으로 배정만 한다고 끝이 아니다"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없는 상황에서 상반기 경기를 보완하려면 실제로 돈이 민간으로 풀리는 집행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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