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설현장 추락사고 예방 대책' 발표
추락 사망사고 매해 10% 이상 감축 목표
정부가 건설현장 사망사고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추락사고 감축을 위해 사망사고 발생 건설사 명단 공개를 재개한다. 2023년 4분기부터 중단됐던 명단 공개를 다시 시행해 시공사 책임을 강화한다. 또한 최고경영자(CEO)의 현장 방문을 유도하고 시공사·감리 담당자 성명과 연락처를 공개하는 안전실명제도를 도입한다.
국토교통부는 27일 고용노동부, 대한건설협회, 한국건설안전학회 등과 함께 마련한 '건설현장 추락사고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건설현장 추락 사망사고를 매년 10%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안전한 건설환경 조성에 나선다.
정부는 시공능력평가 100대 건설사 가운데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건설사 명단을 공개할 방침이다. 이들 건설사는 전체 사망사고 중 약 25%(작년 기준) 차지한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의 재건축 등 공사현장, 수주 현황 등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도 '추락사고 발생 현황'을 반영해 안전관리가 미흡한 기업은 불이익을 받도록 한다.
이어 기술형 입찰 평가에서 건설사 CEO의 현장 방문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도입한다. CEO가 직접 건설 현장에서 안전 확보 활동을 수행하면 입찰 경쟁에서 유리해지는 구조다. 이는 CEO의 방문이 일선 근로자들의 안전 경각심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A 건설사는 CEO가 올해 시무식을 현장에서 진행하고, 본사 임원들이 2주간 현장에 상주하면서 안전의식을 강조한 결과 해당 기간 사망·부상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고위험 작업장에서 책임자 실명을 공개하는 안전실명제도 시행한다. 2m 이상 높은 곳에서 작업하거나, 1.5m 이상 깊이 파는 공사, 철골 구조물 조립, 승강기 설치 등 추락·붕괴 위험이 큰 작업이 대상이다. 이제 이런 위험한 작업을 할 때는 미리 작업 계획을 세워서 공사감독자(책임자)에게 보고하고 검토받고 승인받아야 한다. 또한 시공사와 감리 정보(소속·이름·연락처)를 적은 표지판을 붙여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추락사고가 발생하면 시공사가 직접 대책을 마련해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동시에 건설사 본사 차원에서 전 현장의 자체 점검결과도 함께 내야 한다. 정부는 대책이 부실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공공공사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공공기관이 유사한 다른 현장까지 추가 안전대책을 마련해 정부에 보고하고 현장에 즉시 적용해야 한다.
소규모 건설공사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위험 공종이 포함된 경우 안전관리계획 수립·이행을 의무화하고 미준수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 기존에는 발주청이나 인허가 기관 승인 없이 공사를 진행해도 제재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안전확보 방안을 포함한 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기존 설계기준이 현장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비계(작업용 임시 구조물)·지붕·채광창 등 추락 취약 공종의 설계기준을 개정한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고층 비계 작업 중 구조물로 바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안전이 확보된 경우 통로 설치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작업자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작업계단 설치 간격 기준도 새롭게 마련할 계획이다.
공공공사에서만 적용되던 설계안전성 검토 절차는 민간공사까지 확대한다. 이 절차는 시공 과정에서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설계를 보완하도록 하는 제도다. 검토 결과는 국토교통부에 제출해 관리한다.
공사비 산정 기준인 품셈(필요 인력·비용 기준)을 현실에 맞게 개편한다. 특히 비계 설치·해체 작업의 연결 부품(이음재) 기준을 세분화하고, 작업 규모에 따라 추가 비용을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또한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원도급사 작업계획을 따르도록 계약서에 명시하고, 허가 없이 추가 작업을 하면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안전을 강화한다.
중소 건설사 안전관리를 위해 안전보건체계 컨설팅을 확대(1500→2000개사)하고, 위험공종 작업 현장에 대한 점검과 교육을 강화한다. 50인 미만 중소 건설업체에 스마트 에어조끼 등 스마트 안전장비 구입비용을 지원(350억원)하고, 300억원 미만 중소 현장에는 스마트 안전장비를 무상 제공(2025년 200개소 이상)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안전교육도 기존의 형식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체험형으로 전환한다. 실제 CCTV 사고영상을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외국인 근로자와 타워크레인 조종사 등에 대한 맞춤 교육을 확대한다. 가상현실(VR) 교육을 도입해 사고 예방 체감을 높일 계획이다.
정부는 대책 발표 후에도 추락사고 예방 전담조직(TF)을 6월까지 운영하며 건설현장 안전 동향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추가 대책도 마련한다. 김태병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추락사고를 막기 위해선 안전시설 설치와 근로자 안전의식 개선이 필수"라며 "건설사 CEO와 임원진이 직접 현장을 찾아 근로자 안전을 점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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