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혐의 대부분 인정해
피해자 평균 연령 11세
건강 진단 등 진찰 빙자 범행
프랑스의 한 전직 외과 의사가 25년에 걸쳐 아동 환자 수백 명을 성폭행하거나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지난 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1989년부터 2014년까지 남성 158명, 여성 141명 등 총 299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외과 의사 조엘 르 스콰르넥(74)의 범죄 행각에 대해 소개했다.
이날 스콰르넥은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 지역에 있는 반 법정에 출두해 자신이 "악랄한 행동을 했다"며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스콰르넥이 범죄 행각이 프랑스 사회에 더욱 충격을 준 이유는 피해자들의 평균 연령은 11세라는 것이다. 피해자 가운데 상당수는 사건 당시 수술실에서 의식이 없는 채로 누워있거나 마취 또는 진정 상태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스콰르넥은 피고인에게 건강 진단을 빙자해 범죄를 일삼았다고 검찰은 전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스콰르넥이 이미 2020년 프랑스 생트법원에서 1989~2017년 조카, 환자, 이웃 등 어린이 4명을 성폭행 및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는 것이다. 그의 범죄 행각은 스콰르넥이 자신의 몸을 만졌다고 이야기한 6살 이웃 소녀의 증언에 따라 경찰이 그의 자택을 압수수색 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경찰은 그의 자택에서 수십 년에 걸친 범행이 세세히 기록된 일기장과 30만 건에 달하는 음란 사진 등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재판은 오는 6월까지 이어지며,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이날 법정에서 한 남성 피해자는 "30년 전, 자신은 스콰르넥이 환자였다"며 "회복실에서 일어났던 일의 일부와 당시 겁에 질려 아버지를 불렀던 것이 기억난다"고 증언했다.
한편, 이날 법정 밖에는 여성과 아동 인권 단체들이 집회를 열고 성폭력에 대한 불관용과 피해자의 엄벌을 촉구했다. 특히, 이 사건은 지난해 혼수상태에 빠진 자신을 강간한 범인 50명과 이런 무도한 성범죄를 기획한 남편을 공개 법정에 세운 지젤 펠리코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프랑스 사회가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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