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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값 건지고도 남아"…무려 가격차 두배, 당일치기 불사하는 '위스키 원정대'[술술 새는 K-주세]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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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관광객, 일본 주류시장 '큰손'
주세 차이…저렴한 가격 매력
당일치기 '위스키 퀵턴 여행' 확산

일본 아사히 주조의 니혼슈 브랜드 '닷사이(獺祭)'. 최근 국내 소비자들이 일본여행에서 가장 많이 구매하는 사케 브랜드이기도 하다.

일본 아사히 주조의 니혼슈 브랜드 '닷사이(獺祭)'. 최근 국내 소비자들이 일본여행에서 가장 많이 구매하는 사케 브랜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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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사이(獺祭)'.


일본 메이지 시대의 시인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는 자신을 닷사이 서재의 주인이라고 칭했다. 닷사이는 '수달(獺)'이 잡아 올린 물고기를 물가에 진열한 것이 마치 '잔치(祭)'를 벌이는 것 같다는 데서 유래한 말인데, 수달마냥 방 한가득 책을 펼쳐놓고 글을 쓰던 시인은 오늘날 일본의 근대 문학을 개척하고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이름이 남았다. 닷사이를 생산하는 야마구치현의 아사히 주조도 '니혼슈의 새로운 세대 개척'을 꿈꾸며 자신들의 사케를 닷사이라 명명했다.

아사히 주조의 꿈은 해가 갈수록 구호를 넘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대접한 술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며 일본 사케의 대표주자로 떠올랐고, 그렇게 진열해둔 닷사이를 일본인은 물론 한국인 소비자들까지 앞 다퉈 찾기 시작하면서 아사히 주조 입장에선 말 그대로 잔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에서 '정종(正宗)'이 일본 사케의 대명사이자 동의어처럼 인식됐다면 이제는 닷사이가 그 자리를 대체해 가고 있다.

일본 도쿄 주오구 긴자의 일본 주류 전문매장 '이마데야'[사진=구은모 기자]

일본 도쿄 주오구 긴자의 일본 주류 전문매장 '이마데야'[사진=구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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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사이를 들고 계산대로 오시는 분은 한국인이라고 보면 됩니다."


일본 도쿄 안에서도 대표적인 고급 상권으로 꼽히는 주오구 긴자. 긴자의 일본 주류 전문매장인 '이마데야'의 가타오카 마사히로(片岡昌弘) 점장은 한국인 고객 이야기를 꺼내자 미소를 보였다. 그는 "저희 매장에서 닷사이만 한 달에 800병 이상 판매되는데, 사실상 한국인이 전부 구입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닌 것 같다"며 "한국인 고객들은 닷사이를 비롯해 '구보타' 등 특정 브랜드 제품들로 구매가 몰리는 편인데, 한국인 사이에서 입소문이 많이 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인 관광객들이 특정 제품을 쓸어 담아가면서 해당 매장의 매출에서도 한국인의 소비는 높은 기여를 하고 있다. 가타오카 점장은 "현재 저희 매장의 평균 객단가가 7000엔(약 6만7500원) 정도 되는 데 반해 한국인 객단가는 8900엔(약 8만6000원) 수준으로 평균치를 상회한다"며 "매장 입장에서 한국인 손님은 객단가를 높여주는 중요한 고객"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이마데야 긴자식스점 기준 내국인 고객의 비중이 49% 수준이며, 한국인 고객은 1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도쿄 주오구 긴자 지역의 와인 전문매장 '에노테카'에 진열돼 있는 이탈리아 와인.[사진=구은모 기자]

일본 도쿄 주오구 긴자 지역의 와인 전문매장 '에노테카'에 진열돼 있는 이탈리아 와인.[사진=구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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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술값 싼 일본…주류 쇼핑에 주점 탐방까지

한국인의 일본 현지 주류 쇼핑은 사케에만 머물지 않는다. 긴자 지역의 와인 전문매장 '에노테카'의 시노하라 다이치(篠原大地) 긴자식스점 점장은 한국 고객의 특징으로 꼼꼼한 가격 비교를 꼽았다. 그는 "한국 고객들은 유독 매장에서 신중하게 인터넷 검색을 하고 전화통화도 많이 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아무래도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가격을 알아보는 것 같다"며 "실구매로 이어지는 빈도도 높은 편인데, 평일에는 10팀, 주말에는 20팀 이상 구매한다"고 말했다.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품목에 대한 질문에는 주저 없이 '사시카이아(Sassicaia)'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시카이아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슈퍼 투스칸 와인으로, 빈티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국내에선 병당 5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고급 와인이다. 시노하라 점장은 "고가 와인이다 보니 일본 20대 고객이 사시카이아를 문의하거나 구매하는 일은 거의 없는데, 한국 고객 중에는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분들이 유난히 사시카이아를 많이 찾아 흥미롭게 생각했다"며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것인지, 부모님 선물을 드리려는 것인지 혼자 추측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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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부야구에 위치한 또 다른 주류전문점 '시나노야', 이곳에서도 한국인 관광객은 주요 고객이다. 시나노야 도켄자카점의 구마가이 신야(熊谷信哉) 점장은 "외국인 고객 가운데는 한국인 손님이 단연 가장 많다"며 "한국인 고객이 늘어나면서 원활한 고객 대응을 위해 한국인 직원도 채용해 상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고객들은 일본과 스코틀랜드산 한정판 위스키나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같이 주로 고가의 제품 위주로 구입해간다"며 "한국의 주류 시세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일본의 고급 주류 가격이 한국보다 매력이 있어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관광객의 일본 내 주류 소비는 구매에만 그치지 않는다. 현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고급 주류를 경험하기 위해 위스키나 와인 바를 찾는 이들도 많다. 물참나무 인테리어로 유명한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의 위스키 바 '미즈나라 캐스크'도 한국인 관광객 사이에 입소문이 퍼진 곳 중 하나다. 이곳에선 다양한 일본 위스키를 숙성 연산별로 경험해볼 수 있는데, 업체 측에선 한국인 고객의 비중을 5%에서 많게는 10%로 파악하고 있다.


오바 슌(大場峻) 점장은 "코로나19가 끝나고 관광객이 다시 들어오면서 한국인 손님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보다 일본에 와서 마시는 게 더 싸다는 걸 손님들에게 직접 들어서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손님들은 아무래도 야마자키를 가장 많이 찾으시는데, 전반적으로 고숙성·고연산 제품에 대한 선호가 높은 것 같다"며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본 위스키의 위상과 인기가 한국에서도 꽤나 높아진 것 같아 업계 종사자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의 위스비 바 '미즈나라 캐스크' 오바 슌(大場 峻) 점장이 한국인 관광객의 주류 소비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구은모 기자]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의 위스비 바 '미즈나라 캐스크' 오바 슌(大場 峻) 점장이 한국인 관광객의 주류 소비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구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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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차이 두 배…외면 어려운 해외구매

한국인 관광객이 일본 여행에서 주류 구매에 총력을 쏟는 이유는 단연 가격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국내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일본 현지에서 구입하는 가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두 나라의 주류 가격 차이는 주세 등 양국의 세금 체계 차이에서 기인한다. 우리 주세법은 기본적으로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다. 종가세는 출고가격을 과세 표준으로 삼아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가격이 높은 술일수록 높은 세금이 붙게 되는 과세 체계다.


우선 청주와 와인 등 발효주부터 살펴보면 국내에서 출고가 10만원인 750㎖ 와인 한 병에는 가장 먼저 주세 30%가 부과돼 13만원이 된다. 여기에 주세의 10%인 교육세가 더해져 13만3000원이 되고, 이 가격에 다시 10%의 부가가치세까지 붙어 최종적으로 14만6300원이 된다.


반면 술의 용량과 도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를 채택한 일본은 출고가 1만엔인 동일한 와인에 ℓ당 100엔의 주세가 붙는다. 따라서 750㎖ 기준 75엔의 주세가 붙고, 여기에 교육세 없이 부가가치세만 10% 적용돼 최종 1만1083엔이 된다. 100엔당 1000원의 환율을 적용할 경우 11만830원으로 국내 가격보다 3만5470원이 저렴하다.


여기까지는 출고가다. 여기에 수입사 마진 30%, 공급사 마진 15%, 도·소매점의 마진 35%를 양국에 동일하게 적용하면 최종 가격은 한국 29만5270원, 일본 2만2367엔(22만3670원)으로 7만1600원까지 벌어진다.


"비행기값 건지고도 남아"…무려 가격차 두배, 당일치기 불사하는 '위스키 원정대'[술술 새는 K-주세]① 원본보기 아이콘

가격 격차는 위스키 등 증류주에서 더욱 벌어진다. 출고가 10만원인 700㎖ 용량의 알코올 도수 40도(%)의 위스키 한 병을 비교해보면 국내에서 과세표준 10만원에 증류주 주세 72%가 부과되면서 17만2000원으로 뛴다. 여기에 주세의 30%의 교육세 2만1600원,10%의 부가가치세가 더해지면 21만2960원이 된다.


반면 일본은 도수 40도 기준 ℓ당 400엔의 주세가 적용돼 700㎖ 기준 280엔이 부과되고, 부가가치세 10%가 더해져 1만1308엔(11만3080원)의 가격이 책정된다. 국내 가격과는 약 10만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유통 단계별 마진이 붙은 최종 실구입가는 국내에선 42만9807원, 일본은 2만2822엔(22만8220원)으로 20만원 이상 가격 차이가 생긴다.


실제 닷사이의 대표 제품인 '닷사이 준마이 다이긴죠 23' 720㎖ 제품의 경우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판매가 5830엔으로 한화 기준 약 5만5590원이었다. 반면 국내에서는 권장소매자 가격이 23만원이며, 실제 소매점 기준으로는 최저 13만원에서 최대 21만원 사이에 가격이 형성돼 있고, 평균적으로 15만원 안팎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가격 차이는 출고가가 비쌀수록 더 벌어지며, 국내 소비자들이 이른바 고가의 '위스키 보따리상'으로 거듭나는 배경이 되고 있다. 특히 가까운 일본으로 '위스키 퀵턴 여행'이 유행처럼 번졌다. '퀵턴(Quick Turn)'은 항공사 승무원들이 비행 후 바로 돌아오는 일정을 말하는데, 위스키나 와인 구매를 목적으로 후쿠오카나 대마도 등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다.


이들은 현지 주류 면세점에서 세금 면제(택스 리펀드) 혜택을 받는 방식 등으로 한국의 절반 가까운 금액으로 제품을 구매하면 왕복 항공료나 뱃삯 정도의 비용은 충분히 건지는 '남는 장사'라는 입장이다. 고가의 제품일수록 이윤이 커지는 구조다.


일본 도쿄 주오구 긴자식스 쇼핑몰에서 관광객들이 주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구은모 기자]

일본 도쿄 주오구 긴자식스 쇼핑몰에서 관광객들이 주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구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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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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