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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 여부장, 호텔 수영장 사고 극복하려다 '환대의 AI'가 탄생했다[일본人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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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엘 창업자 사사키 리에씨
최연소 MS 부장에서 AI '린나' 만들어
퇴사 후에는 '환대의 AI' 위해 창업

요즘 인공지능(AI) 관련 이야기가 말 그대로 대세죠. AI로 이제 못하는 게 없는 시대인 것 같은데요. 일본에서도 얼마 전 AI 관련 사업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리더에 대한 인터뷰가 화제가 됐습니다. 27세에 일본 마이크로소프트 최연소 부장을 달고, 이후에는 본인만의 사업으로 활약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AI 기업 오모엘(Omoyel)을 창업한 사사키 리에씨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어릴 적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사사키씨는 연료전지 연구로 유명한 죠치대 이공학부에 진학합니다. 로켓 개발을 하는 아버지 영향으로 본인도 연구자가 되고 싶어 대학원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데요. 다만 연구자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장기간 오래도록 시간을 축적해야 하는데, 그보다 빨리 기술의 힘으로 사회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 취업 준비를 해 일본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했다고 하는데요.

오모엘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사키 리에씨. 오모엘.

오모엘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사키 리에씨. 오모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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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5년째인 2017년에 마이크로소프트 사내상 8개를 수상하고, 이듬해에는 27세라는 젊은 나이로 최연소 부장으로 승진했다고 합니다. 이후 컨설팅 및 IT서비스를 기업에 도입하는 팀의 책임자가 됐는데요. 15명의 멤버를 이끌어야 했는데, 이들은 모두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데다가 40·50대의 숙련자들이 90%였다고 해요. 이 때문에 초반에는 굉장히 당황했고, 본인을 모두 어린 사람으로 얕잡아보지는 않을까 고민도 했다고 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멤버 전원과 일대일로 미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연령이나 직위라는 점을 배제하고 개성과 장점을 고려한 업무를 배제했다고 합니다. 일부러 외적인 요소보다 일에 매진하는 모습만 보여주기 위해서 정장에 머리만 묶고 출근해 일했다고 하네요. 상하 관계가 아니라 역할이 다를 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는데요. 그리고 팀의 핵심 인물에게 인정을 받는 작업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핵심 멤버가 자신을 신뢰하면 다른 멤버들도 본인을 고평가해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죠. 그렇게 점점 멤버들도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그렇게 경력을 쌓아가던 사사키씨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고등학생 AI '린나' 프로젝트에 뛰어듭니다. 혹시 린나를 아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예전에 일본에서 출시한 AI인데, 아이돌로 데뷔해 노래도 부른다고 했던 그 AI입니다. 여고생 콘셉트로 AI 챗봇이었는데요. 처음에는 지금처럼 노래를 부르고 대화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지만 AI 챗봇의 가능성에 이끌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고 합니다. 단순한 정보전달 챗봇 이상으로 인간과 감정적인 유대감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하네요. 이후 사사키씨의 해당 부서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따로 독립해 이 사업을 이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AI의 이름을 딴 회사 'RINNA'를 차리게 되죠.


사사키씨가 주도했던 AI 프로젝트 '린나'의 모습. 린나 홈페이지.

사사키씨가 주도했던 AI 프로젝트 '린나'의 모습. 린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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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씨는 린나의 두뇌를 어떻게 수익화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하고 새로운 서비스 창출에 매진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생각하는 것은 AI 시대 인간의 역할이었다고 하는데요.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시대에 무엇이 필요할까를 고민했을 때,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것은 '환대'였다고 합니다. 아무리 AI가 발전해도 아직 인간 마음의 미묘한 부분까지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래서 환대와 관련한 AI 사업을 고민하게 됩니다.

이것은 27세 잘나가던 시기 닥친 시련 때문이었는데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우먼에서 다룬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해외에서 열리는 마이크로소프트 시상식에 참석해 일주일간 시간을 보내던 때 일어났다고 합니다. 일정이 끝나고 호텔 수영장으로 향하던 중 대리석 바닥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코뼈와 상악골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은 것인데요. 얼굴이 부어오른데다 재활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인생이 덧없고 쌓아온 것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이 때문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을 고민하게 됐고, 그 결과 일자리에 주목하게 됩니다. 구직자와 기업 둘 다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공정한 채용 사이트를 만들고 싶어 하게 되죠.


그렇게 오모엘에서 미용 부문 채용 플랫폼을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일반 대학생들은 취업 준비 시즌 40개 이상의 기업 설명회에 참여해 여러 개를 검토할 수 있지만, 미용사의 경우 이렇게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일이 미용실을 견학해야 하는 등 수고가 필요하고, 공개된 채용 정보도 잘 없어 알음알음 해야 하니 상대적으로 불리한 시장이었다는 것인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간의 AI 기술 개발 경험을 살려 구직자는 클릭 한 번으로 채용 중인 미용실의 정보와 견학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리스크가 적은 채용 플랫폼을 만들게 됩니다. 2025년에 출시 예정이라고 하네요. 닛케이 우먼에 따르면 사사키씨는 향후 음식점, 호텔리어, 간호 등 다양한 업계로도 확장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AI와 환대가 융합된 세상으로 사회 전체의 행복 지수를 높이고 싶다"고 했었는데요. 실제로 오모엘 자기소개에서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스타로 주목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설립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요즘 딥시크 등 AI의 진화는 무서운 속도로 이뤄지고 있죠. 언젠가 인간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오히려 인간성에 주목한 AI 개발 이야기라니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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