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압박 카운트다운
규제 살피고 신속한 협상으로 불확실성 줄여야
3월까지 한 달여 기간이 한국 경제엔 중요한 시기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2일 상호관세 시행을 천명했는데, 그사이 협상 여지를 남긴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적어도 향후 4년의 우리 경제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걱정이 앞서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품목이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규모는 지난해 1280억달러로, 전체 수출액(6800억달러)의 18% 이상을 차지했다.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의 대미 수출 비중은 전체 대미 수출의 36%를 웃돌았다. 아직 연초지만 올해 수출 목표로 정한 7000억달러 달성은 이와 반비례해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밝힌 데 이어 다음 달 중 자동차, 반도체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관세 부과계획을 내놓는다.
이 기간 우리는 협상카드를 준비하고 신속하게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미 행정부는 한미 무역적자 시정 조치와 함께 우리 정부에 자동차 안전 기준과 의약품 조달, 통관절차 등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는 276억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우리 협상단은 양국 간 무역적자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가벼운 정도로 평가했다. 2018년 2월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국가안보를 이유로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꺼냈다. 당시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맡았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자신의 저서 ‘자유무역이라는 환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미국의 주요 철강 수출국 가운데 한국에 미칠 영향이 가장 컸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타격 있는 조치였다는 얘기다. 이후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되면서 FTA에 따라 2021년부터 적용되는 대미 수출 픽업트럭 무관세 시점을 20년 뒤로 늦추는 데 합의했다.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면서 대미 무역흑자는 협상 타결 후인 2019년 210억달러로, 3년 새 66억달러 줄었다. ‘미국이 원한’ 무역 협상을 마무리하고 나서야 ‘우리가 원하는’ 국가안보 이슈를 양국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당시 FTA 재협상은 오히려 약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한 픽업트럭보다 전기차 개발에 보다 집중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친환경차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됐다. 당시에는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지만 5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미 간 수출입 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는 557억달러로, 2019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협상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충격은 일시적인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협상이 시작된다면 미국은 액화천연가스(LNG) 등 자국산 상품 구매뿐 아니라 부가가치세(VAT), 규제 같은 비관세장벽 개선을 주문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탄소배출, 화학물질 등록 규제 등을 지적한 바 있다. 통상전문가들은 환경 등 기업들이 제기하는 규제를 다시 살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건 우리 손에 달렸다.
최일권 산업IT부장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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