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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순경]"쉽게 잊혀지는 경찰 되고파"…학대예방경찰관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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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서울 노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임채현 경장
APO 특채 1기…심리학 복수 전공한 전문가
"기회 많은 청소년, 도움주는 경찰관이 목표"

편집자주Z세대가 온다. 20·30 신입들이 조직 문화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대다. 경찰이라고 제외는 아니다. 경찰에는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성·청소년 등 다양한 부서가 있다. 시도청, 경찰서, 기동대, 지구대·파출소 등 근무환경이 다르고, 지역마다 하는 일은 천차만별이다. 막내 경찰관의 시선에서 자신의 부서를 소개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일과 삶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쉽게 잊혀지는 경찰이 되고 싶어요.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지나가는 길이길 바랍니다."

서울 노원구 노원경찰서 여성보호계 사무실에서 만난 임채현 경장(32)은 담담하게 자신의 목표를 말했다. 현장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이 잠깐의 어려움을 지나 빨리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MZ순경]"쉽게 잊혀지는 경찰 되고파"…학대예방경찰관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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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에 큰 보람

APO(Anti-abuse Police Officer:학대예방경찰관)로 근무 중인 임 경장은 지난해 만난 은둔형 외톨이 아동을 떠올리며 "방문을 잠근 채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무것도 안 했었다. 아동의 이불을 댕겨 일어나게 하고, 어렵게 설득했다"면서 "병원 치료를 병행하며 시설에서 지낸 후 눈에 띄게 밝아졌다. 긍정적으로 변한 모습을 보며 이 업무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APO는 여성청소년과에 소속돼 있다. 전날 접수된 112 신고 가운데 가정폭력, 아동학대, 노인학대 사건 내용을 살피고, 신고자 또는 관련자들과 연락하며 하루 업무가 시작된다.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주거생활권 중심에 있는 노원경찰서는 가정폭력 신고가 잦은 곳이다. 지난해 기준 서울청 31개 경찰서 중 노원서는 가정폭력 신고율 4위, 아동학대 신고율 1위를 기록했다. APO는 가족 간 관계 개선 및 피해회복 등에 필요한 기관과 협업해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을 돕는다. 또 가정 폭력이 재발하지 않도록 가해자를 선행 교정하기도 한다.


임 경장은 청소년 비행, 훈육, 부부 다툼 등 아동학대 대상자를 주로 만난다. 대학생 시절부터 청소년 비행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 APO 특채 지원 계기가 됐다. 임 경장은 "공대생이었지만 사람들의 행동에 관심이 커서 심리학과를 복수전공하고, 범죄심리학과 석사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의 비행 행동과 양육 환경 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며 "그 후 아동학대를 줄이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청소년 상담도 하며 학대 예방을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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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마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어

가정폭력을 다루며 정해진 답이 없다고 생각되면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임 경장은 "가족이라는 게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고, 가정마다 각기 다른 사정이 있다"면서 "이혼, 상담, 치료 등 어떤 부분이 이 가정에 필요한지 모를 때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럴 때마다 임 경장은 편견을 갖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는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복합적인 만큼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현실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다. 신고한 사람이 무조건 피해자, 약자라고 판단하기보다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행위자들에게 폭언을 들을 때도 있다. 피해 아동과 연락이 되지 않는 아동학대 행위자가 전화로 욕을 하거나 법적 대응을 엄포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은 더욱 강해진다. 임 경장은 "부모와 갈등이 심해서 무기력했던 대상자가 있었다. 취업자리나 사회적 시스템을 이용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며 "노원구청 직원과 함께 가정 방문해 일자리 관련 사이트를 안내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임 경장은 재발 방지를 위해 사건 종결 이후에도 꾸준히 피해자와 연락을 지속한다. 임 경장은 "가정폭력 피해자가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에게 말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면서 "같은 사건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항상 세밀하게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관의 도움을 받으려면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와 통보 절차가 있다"면서 "특히 아동학대는 체크리스트를 확인해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48시간 이내에 통보해야 한다. 잘못하다 놓치기 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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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가정폭력 대상자를 다루는 일은 복합적이지만, 임 경장 역시 혼자가 아니다. 7명으로 구성된 노원서 APO팀은 서로가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임 경장은 "아동학대 행위자가 '애 낳아봤냐, 결혼해봤냐'고 할 때 선배님이 전화를 대신 받아주기도 한다"면서 "이외에도 다루기 힘든 대상자가 있다면 팀원의 도움을 받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팀 동료들과의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관할별 신고 대상자의 특징을 공유하고 사후 관리 대책을 논의하기도 한다. 임 경장은 "알코올 중독자 부부가 다투는 경우 알코올 치료 병원 정보를 알려주기도 한다"면서 "미성년자의 입원 치료가 가능한 병원 정보를 공유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되고 다사다난한 하루의 연속이지만, 임 경장의 시선은 여전히 여성청소년과에 머물러 있다. 임 경장은 "대학 시절 청소년 상담을 공부할 때부터 현장에서 청소년과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서 "청소년기는 예민하지만, 아직 기회가 있는 시기인 만큼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게 도움을 주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이은서 수습기자 lib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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