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잉에 전용기 납품 독촉
보안규제 완화 검토에 논란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형 전용기를 생산 중인 보잉사에 납품을 서두르라며 직접 강하게 압박했다. 보잉사가 보안기준에 충족한 숙련공을 구하기 어렵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보안규제 완화까지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하게 전용기 색상 변경을 지시하면서 납품기간을 더 길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잉 납품 서둘러야"…에어포스원 생산 독촉한 트럼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보잉사에 주문한 에어포스원 제트기 2대의 납품이 지연되는 점에 격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게 보잉사의 업무 속도를 높이기 위한 과감한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보잉사가 미국 정부와 신형 에어포스원 납품계약을 체결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때인 2018년이었다. 현재 사용 중인 에어포스원 2대가 모두 1990년에 취역한 항공기들로 30년이 넘은 노후기종이라 보잉사에 신형 에어포스원 2대의 제작을 맡겼다. 원래 보잉사는 2024년까지 납품을 완료하기로 했지만 계속 지연돼 현재는 2028년에나 납품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잉사를 압박하기 위해 직접 공항에 가서 중고 항공기를 둘러보기도 했다.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을 갑자기 방문해 여러 중고 항공기들을 시찰했다. 백악관 공보국은 "이번 시찰은 새로운 에어포스원을 약속한 시기에 맞춰 인도하지 못한 실패한 프로젝트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미국 대통령이 갑자기 민간의 개인 항공기를 시찰한 것은 보잉사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보안기준 충족 숙련공 모집 난항…규제완화 검토에 논란
보잉사는 납품이 늦어진 주된 이유에 대해 보안검증된 숙련공 모집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호소한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동안 항공업계가 크게 위축된 이후 항공기 제작 숙련공을 찾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보안검증된 인원까지 확보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는 일반 항공기와 달리 비상시 미군 지휘통제소로 활용 가능토록 개조되기 때문에 최고 보안등급을 받은 숙련공들만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 해당 보안등급은 '양키화이트(Yankee White)'라 불리며 미국 국방부, 혹은 대통령 및 부통령실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비밀 취급 보안등급을 뜻한다. 이 양키화이트를 받기 위해서는 미국 시민권자면서 외국인과 결혼하지 않고 미국의 적성국가를 여행한 이력도 없어야한다.
보잉사는 해당 기준에 맞는 숙련공을 구하기 너무 어렵기 때문에 생산속도를 높이려면 보안등급 규제를 완화해야한다고 주장 중이다. 이에따라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규제완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머스크 수장이 보잉사의 요청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안 규제완화를 요청했다"며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자칫 에어포스원의 기술이나 민감한 기밀 등이 유출될 위험이 있어 당국 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전용기 색상 취향 확고…기술진은 반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취임식 기념 케이크 앞에서 칼을 들고 서 있다. 해당 케이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통령 전용기의 모양과 색깔에 맞춰 제작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보잉사의 생산속도를 지연시키는 또다른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까다로운 디자인 취향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에어포스원과 다르게 어두운 색상을 원하고 있는데 기술진들은 색상 변경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색상을 상단은 흰색, 중간은 짙은 빨간색, 하단은 어두운 파란색으로 바꿀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취임식에 등장한 전용기 모양 3색 케이크도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한 모습이었다.
기술진은 전용기 색상 변경에 반대하고 있다. 하단을 어두운 색깔로 바꾸게 되면 열을 받기 더 쉬워져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2023년 미 공군도 안전문제로 항공기 하단은 밝은 색으로 칠해야한다고 강조했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하단 색을 현재 사용 중인 밝은 하늘색으로 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도색을 바꾸는 과정에서 생산속도가 더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CNN은 지적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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