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포로 국내 언론과 인터뷰 진행
정부, 우크라와 국내 송환 협의할 방침
러시아에 파병됐다가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포로가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19일 조선일보는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리모 씨(26)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해당 인터뷰에서는 리 씨는 "80%는 결심했다"며, "우선 난민 신청을 해 대한민국에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한군 포로가 한국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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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파병됐다가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포로가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19일 조선일보는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리모 씨(26)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리 씨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사진 등을 공개한 두 명의 북한군 포로 중 한 명이다. 다른 한 명은 20세 소총병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정찰총국 소속 저격수 병사"라고 밝힌 리 씨는 파병 기간 '무인기 조종사가 몽땅 다 대한민국 군인'이라는 보위부(북한 정보기관) 요원 말에 속아 대한민국 군인과 싸운다는 생각으로 전투에 임했다고 전했다. 약 500명 규모의 대대마다 보위부 요원이 1~2명씩 배치돼 북한군의 사상을 통제했다고 한다.
리 씨는 지난해 10월 초 북한을 떠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훈련하다 12월 중순 쿠르스크 지역 전투에 투입됐다. 러시아에 오기 3개월 전부터 집과 연락할 수 없어 부모님도 파병 사실을 모른다고 했다.
리 씨는 '무슨 이야기를 듣고 러시아에 왔느냐'는 질문에 "유학생으로 훈련한다고 (했다). 전투에 참여할 줄은 몰랐다"면서 쿠르스크에 도착한 뒤에야 전투 참여 사실을 알게 됐으며 지난달 5일부터 전장에 투입됐다고 답했다. 턱과 팔에 심한 총상을 입은 리 씨는 무인기와 포 사격으로 파병 온 부대 전우가 거의 다 희생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무인기가 공격해와서 날 구해준 사람 한 명 두 명 죽고, 그러면서 나 하나 살아남았다"며 "다섯 명이 있던 상태에서 다섯 명이 몽땅 다 희생됐다"고 말했다. '(잡히면) 자폭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인민군대 안에서 포로는 변절과 같다"며 자신도 수류탄이 있었으면 자폭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리 씨는 "포로가 된 게 우리나라 정부에 알려지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평양에 있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지금 북으로 돌아가더라도 여러 가지 고난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엔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난민 신청해 한국 가고 싶다" 언급, 귀순 실현 여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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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씨는 '무슨 이야기를 듣고 러시아에 왔느냐'는 질문에 "유학생으로 훈련한다고 (했다). 전투에 참여할 줄은 몰랐다"면서 쿠르스크에 도착한 뒤에야 전투 참여 사실을 알게 됐고 지난달 5일부터 전장에 투입됐다고 답했다. X(엑스)
원본보기 아이콘북한군 포로가 직접 귀순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14일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군은 헌법상 우리 국민인 만큼 귀순 요청 시 우크라이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달 13일 국가정보원은 정보위 국회 보고에서 "북한군도 헌법 가치에 의해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포로가 된 북한군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이라며 귀순 의사를 밝히면 우크라이나 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귀순에 대한 리 씨의 진의를 직접 확인한 뒤에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일각선 전쟁 포로에 관한 국제법 규정상 북한군 포로를 국내로 데려오는 작업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네바 협약은 '교전 중에 붙잡힌 포로는 전쟁이 끝나면 바로 석방해 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자국군 참전을 인정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일단 러시아로 송환된 뒤 북한으로 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원이 공개된 상태로 한국행을 원한다고 밝힌 리 씨가 북한으로 돌아가게 되면 심각한 인권침해 위협이 따를 수 있기 때문에 '제네바 제3협약에 관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주석서'에 따라 포로 송환 의무의 예외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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