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단순 연산에서 환경 감지·적응 기술로 발전
송재혁 삼성 CTO, AI와 인간 두뇌의 차이 강조
정보의 민주화 시대… AI가 지식 공유 가속화
포스트 AI 시대, 반도체 역할 더욱 중요해질 것
세미콘 코리아 2025, 글로벌 반도체 혁신 조명
"AI 반도체의 미래는 단순 연산을 넘어 센서 기술을 강화해 데이터를 보다 정밀하게 감지하고, 이를 더 나은 가치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송재혁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9일 개막한 '세미콘 코리아 2025'에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기술의 미래를 조망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반도체 혁신보다 중요한 것은 반도체가 인류의 더 나은 삶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느냐는 점"이라며, AI 기술이 센서와 결합해 환경을 감지하고 적응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 기술과 인간의 뇌를 비교하며 "인간의 뇌는 34억 년 동안 진화해 왔고, 몸무게의 2%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전체 에너지의 20%를 소모할 정도로 효율적"이라며 "AI의 연산 속도는 인간보다 빠르지만, 환경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능력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뇌에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1950년 튜링 테스트에서 2023년 챗GPT-4에 이르기까지 AI는 80년간 급속도로 발전했으며, 현재 AI의 정확도는 92.3%에 달한다"며 "그런데도 AI는 인간의 사고방식과 판단력을 완전히 모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 CTO는 AI 기술 발전이 인류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결국 중요한 것은 '베러 라이프(Better Life)', 더 나은 삶"이라며 과학기술이 인류에 미친 영향을 조명했다.
"17세기 루이 14세는 500명의 하인을 거느리며 살았지만, 40세가 넘어 수많은 질병에 시달렸습니다. 당뇨, 고혈압, 허리 통증 등으로 30대 후반부터 건강 문제와 싸워야 했습니다. 반면 우리는 지금 개인 주치의나 500명의 하인이 없어도 훨씬 건강하고 편리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이죠."
그는 '합리적 이성주의자(The Rational Optimist)'라는 책을 언급하며 기술이 의학, 농업, 재료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의 삶을 혁신해 왔다고 설명했다.
"100년 전만 해도 인류는 곡물, 석유 등 자원이 고갈될 것이라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극복했어요. 의학 기술, 농업 기술, 광물 채굴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죠. 지금 우리는 100년 전 100명이 쓰던 에너지를 한 사람이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AI 기술이 지식의 공유를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그는 "지금은 정보의 민주화 시대"라며 "모든 지식이 공개돼 있고, 집단지성이 활용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AI 기술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며 "저도 오늘 강연을 준비하면서 챗GPT의 도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AI가 인류의 삶을 얼마나 더 행복하게 만들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지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다"며 "포스트 AI 시대에서도 반도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송 CTO의 강연으로 막을 연 '세미콘 코리아 2025'는 국내 최대 규모 반도체 산업 전시회로,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마이크론, AMD, 네덜란드 ASML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최신 기술을 선보인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행사는 '리드 더 에지(LEAD THE EDGE)'를 주제로, AI 시대를 맞아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혁신을 주도할지를 조명한다. 500여 개 업체가 참가해 2300여 개의 부스를 운영하며, 관람객은 7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행사에서는 삼성전자 연구진이 'D램 미세화'와 '하이브리드 본딩' 등 최신 기술 동향을 발표하고,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적층 기술'과 '3D D램 개발 방향'을 소개할 예정이다.
세미콘 코리아 관계자는 "AI 성장세가 반도체 산업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되고 있지만, 동시에 더 많은 기술적 요구와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다"며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새로운 비즈니스 협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사이트를 얻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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