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조 굴리는 글로벌 사모펀드
최근 인천 인스파이어 리조트 인수
작년엔 고려아연 ‘백기사’로 등장
글로벌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탈은 지난해 10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최윤범 회장 측 ‘백기사’로 깜짝 등장했다. 그리고 이달 17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를 인수해 다시 한번 국내 자본시장을 놀라게 했다.
사모펀드 특성상 돈 되는 비즈니스면 모두 손을 댄다고 하지만 유독 베인캐피탈의 행보는 예측 불허란 평가가 나온다. 베인캐피탈이 그동안 어떻게 돈을 벌어왔는지,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는지를 알아본다.
절대로 절대로 손해 보지 않는다
사모펀드는 복잡하고 꼼꼼한 계약을 통해 ‘돈을 잃지 않는’ 구조를 짠다. 베인캐피탈의 인스파이어 리조트 인수도 사실 경영권을 사들인 게 아니라 인스파이어 측이 대출 약정을 지키지 못해 떠안게 된 케이스로 알려졌다.
베인캐피탈이 인스파이어 모회사 지분 100%를 담보로 2억 7500만달러(약 4000억원)를 인스파이어에 대출해 줬다가 특정 재무 약정을 위반하자, 계약상 모회사 지분을 가져갈 권리가 생겼다는 말이다. 실제 인스파이어 첫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실적이 매출 2190억원에 영업손실이 1564억원에 달할 정도로 부실했다.
지난해 고려아연 인수전에 최윤범 회장 측 백기사로 등장했을 때도 “고려아연 분쟁의 확실한 승자는 베인캐피탈”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베인케피탈은 당시 4600억원이 넘는 돈으로 지분 1.6% 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속한 내부수익률(IRR)에 미치지 않을 경우 최 회장 측이 다시 베인캐피탈 보유 지분을 사들여야 하며, 이 같은 의무가 불발될 경우에도 베인캐피탈은 최 회장측 지분을 매각할 권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서 화장품, 의료기기로 ‘대박’
과거 국내에서는 ‘7배 대박 신화’ 카버코리아 딜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베인캐피탈은 아시아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AHC’ 브랜드의 카버코리아를 2016년 4300억원에 인수했다. 그리고 1년 반 뒤 글로벌 생활용품기업 유니레버에 3조원을 받고 매각했다.
이후 보톨리눔 톡신(보톡스) 업체 휴젤 로 거대한 존재감을 다시 드러냈다. 1년 가량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공동 창업자들을 설득해 2017년 경영권 인수에 성공했다. 그리고 2022년 GS컨소시엄 측에 1조 7000억 규모 매각을 마무리했다.
이후 온라인 교육회사 ST유니타스, ERP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 더존비즈온 , P2P 온라인 금융전문회사 피플펀드 등 다양한 회사의 경영권 인수 및 지분투자로 눈길을 끌었다.
2022년에 6700억원을 들여 사들인 피부미용 의료기기 회사 클래시스 는 현재 경영권 지분 매각을 진행 중이다.
펀드가 많아서…돈 되는 건 다(多) 투자
미국계 베인캐피탈의 모체는 맥킨지, BCG와 함께 글로벌 컨설팅 ‘3대장’으로 불리는 베인앤컴퍼니다. 1984년 베인앤컴퍼니에서 분사해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돼 왔다. 2012년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밋 롬니가 베인캐피탈 공동 창업 멤버였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1850억달러(약 250조원)의 운용자산(AUM)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운용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전세계 거의 모든 산업에 투자한다고 보면 된다.
정확한 펀드 개수는 알려져 있지 않다. 경영권 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바이아웃 펀드(Buyout Fund)부터 지분 투자로 돈을 버는 크레딧 펀드(Credit Fund), 대출을 주로 하는 뎃 펀드(Debt Fund)까지 다양한 펀드를 운용 중이다.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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