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우디서 미·러 고위급 회담 공식 확인
미국과 러시아가 이번 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고위급 회담을 갖고 3주년을 앞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한다.
16일(현지시간)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백악관 중동특사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우 전쟁 종전 협상을 위해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이날 밤 사우디 방문길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 정부의 고위급 인사들이 러·우 전쟁 종식을 위해 협상을 가질 예정이라고 미 당국자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협상은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종전 협상에 즉각 착수하기로 합의한 것의 후속 조치다.
위트코프 특사와 왈츠 보좌관은 사우디에서 현재 중동 지역을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트코프 특사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러시아와) 회동을 가질 것"이라면서 "정말로 좋은 진전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CBS 뉴스와 화상 인터뷰에서 러시아 측 상대방이 누구인지, 어떤 내용을 논의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평화를 향하는 과정을 시작할 기회가 오면 그 방법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번 회담 전망에 대해 "한 번의 (미·러 정상 간) 전화 통화로 이 복잡한 전쟁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과정을 시작할 유일한 지도자라는 것은 확실하다"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고,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회담에서 일단 배제된 것에 대한 불안과 불만을 표출하는 동시에 푸틴에 대한 강한 불신도 드러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미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아닌 우리가 더 중요해지길 바란다. 동맹 가치를 공유하는 우리는 러시아만큼 크지 않지만 전략적으로 미국에 더 중요하다"고 했으며, 푸틴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그 누구도 푸틴을 믿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와 관련해 "내가 아는 것은 푸틴이 평화에 관심을 보였다는 것인데, 물론 그다음에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며 푸틴 대통령이 종전에 진정성이 있는지는 "몇주, 며칠 안에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협상에 도달하면 우크라이나가 개입해야 할 것이고, 유럽이 개입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러시아와의 협상에 우크라이나가 참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종전을 위한 대화에 젤렌스키 대통령도 관여하냐는 질문에 "그도 관여할(be involved)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가 어느 시점에 어떻게 협상에 참여할지, 우크라이나의 목소리를 얼마나 반영할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번 미·러 고위급 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일정도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의 회담은 이르면 이달 말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이 역시 이번 회담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도출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