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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간 사실을 잘 모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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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주변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탐낼 만큼 그린란드의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탄식하며 "그래서 나도 재임 당시 위험을 무릅쓰고 그린란드를 방문했었다"고 회고했다고 한다.


2012년 이 전 대통령은 세계 지도자급 중 최초로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방문했다. 많은 지도자가 경호 문제로 그린란드에 직접 가지 못한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북극항로 개척 가능성과 희토류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그린란드로 향했다. 방문 이후 희토류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이러한 노력은 2013년 한국이 일본, 중국, 인도, 싱가포르, 이탈리아와 함께 북극이사회의 정식 옵서버로 승격되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은 이 전 대통령의 그린란드 방문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2023년 덴마크에서 매년 열리는 정치 축제 '폴케뫼데'를 취재하면서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덴마크의 선거제도가 민주주의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사를 준비하면서 국회 관계자들로부터 "왜 유럽, 그것도 북유럽 정치에 관심을 가지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2012년 9월 9일 그린란드 이루리사트 시찰하고 있는 모습. 이명박 대통령 기념재단.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2012년 9월 9일 그린란드 이루리사트 시찰하고 있는 모습. 이명박 대통령 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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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바뀌면서 정책 기조가 흔들린 탓이다. 2021년 정부는 '극지활동진흥법'을 제정해 북극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제활동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2024년도 예산안에서 극지 연구개발(R&D) 관련 예산을 70%가량 삭감했다. 정부는 극지 활동 R&D 성과가 미흡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예산 삭감 배후엔 R&D 카르텔이 있다는 의심도 받았다. 예컨대 해양수산부가 맡은 '극지 유전자원 활용기술 연구개발' 사업은 당초 61억원에서 4억원으로 예산이 줄었다. 극지연구소가 사업에 단독으로 입찰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본, 중국, 인도 등 다른 옵서버 국가들은 북극 정책의 컨트롤 타워를 정부로 정해놓고 국가 차원의 정책을 주도한다. 중국은 극지 연구를 국가 7대 전략 과학기술로 선정하고, 매년 7% 이상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예산에 발목 잡힌 한국은 정부 기관과 국책연구기관, 학술단체 등 정책 주도 주체가 혼재돼 있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제라도 다시 극지에 공을 들여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토 야욕에서도 드러나듯 극지는 잠재적 미래 가치 때문에 세계 각국의 기술 패권 확보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국가 차원의 투자와 노력이 있어야 선점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당시 경호처의 반대에도 그린란드를 방문한 이유다. 극지 활동 지원 예산을 안정적으로 배정하고, 전문 기술과 인력 양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일관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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