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불확실성·환율 위험 '1월 대비 진정'
"내수 회복 지연"…저성장 우려는 짙어져
물가, '안정' 평가에도…환율 등 변수 체크
'인하냐, 동결이냐.' 기준금리 향방을 결정할 올해 두 번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시장의 막바지 변수 체크가 본격화했다. 올해 첫 통방에서 '기준금리 3.0% 동결'이 이뤄진 데는 대내외 정치·경제 변수와 환율 변동성 확대가 핵심적인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선 두 요인이 몰고 온 '불확실성 안개'는 1월 대비 잦아들었다고 봤다. 반면 내수 회복 지연과 경기 하방 압력 확대,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는 평가다. '2월 인하'에 힘을 싣는 분석이다.
'트럼프 리스크' 어디쯤…"불확실성 안개 일부 걷힌 상태"
1월 통방에서 금통위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건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미국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다. 특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관세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금리 숨 고르기'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통방 이후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 수위에 대한 최근 평가는 '취임 전 공약 대비 약하다'라는 것이다. 특히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가 1개월 유예되면서 '관세는 협상 수단'이란 인식이 커졌다. 대중국 관세는 강행됐으나 공약인 60%에 크게 못 미치는 10% 부과였고 중국의 보복도 일부 품목에 대한 10% 관세에 그쳤다. 우려가 컸던 보편관세 공약 대신 상호관세를 예고한 데다, 이 역시 4월 초까지 유예기간을 부여했다는 점도 안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수출과 외환시장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한 확인은 여전히 필요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12일부터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4월2일께 자동차 관세 도입 언급, 향후 반도체 관세 도입 예고 등에 나서면서 한국의 대미 수출엔 빨간불이 켜졌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지난해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자동차(347억달러)를 중심으로 655억달러 규모까지 증가, 현재 미국의 무역적자 8위국"이라며 "트럼프가 언급한 반도체, 자동차 관세 관련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시 국내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리스크 줄었나…변동성↓·원화 회복 조짐
외환시장 역시 이달 초 미국의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1개월 유예 소식 이후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원·달러 환율이다. 세계적인 강달러 이슈에 비상계엄 사태까지 더해지며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450원 전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으나 변동성은 줄었다. 오후 3시30분 종가기준 평균환율은 지난해 12월 1436.78원으로 뛴 후 지난달 1455.50원까지 올랐으나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1451.81원으로 소폭 진정세다.
시장에선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 역시 잦아들었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리 결정 직후 기자회견에서 정치 리스크 영향에 원·달러 환율이 약 30원 올랐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통위 주요 환율 지표인 명목실효환율 역시 2월11일 기준 90.31로 소폭 반등하며 원화 가치 회복에 대한 기대를 낳았다. 명목실효환율은 원화 가치를 주요 교역 상대국과의 교역량 등을 살펴 가중 평균한 환율이다.
다만 대외 요인은 여전히 환율에 중요한 변수다. 시장에선 3~4월까지를 시한으로 둔 각종 관세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외환시장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 역시 1월 통방 후보다 짙어졌다. 한미 금리차 확대는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원·달러 환율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선 금통위 역시 당분간 예의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예외 없는 25% 관세 부과 포고문에 서명한데 이어 자동차와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 부과도 검토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13일 경기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쌀여 있다. 2025.2.13. 강진형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내수 회복 지연"…짙어진 저성장 우려
올해 소비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내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란 전망에는 보다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우려는 1월 통방 당시 대비로는 완화했으나 여전히 경제주체의 심리 회복 저해 요인 중 하나다.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1.2로 전월보다 3.0포인트 증가했지만 여전히 기준값인 100을 밑돌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건설 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부문 중심 고용 애로가 지속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12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0.6%, 전년 동월보다 3.3% 줄었다. 건설투자는 전월보다 1.3% 늘었으나 전년 동월비로는 8.3% 감소했다. 1월 취업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13만5000명 증가했으나, 건설업 취업자는 16만9000명 감소해 2013년 산업분류 개편 이후 가장 많이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 역시 7개월째 줄었고, 청년층 취업자도 21만8000명 감소했다.
무엇보다 2월 금리 결정과 함께 발표하는 경제전망이 11월 대비 기대치를 크게 낮출 것으로 예고되면서 경제 성장 하방 리스크 우려가 커졌다. 한은은 지난달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11월 전망치(1.9%)를 밑도는 1.6~1.7%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 성장률 전망치가 1.5% 선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봤다. 미국발 관세 전쟁에 수출 증가세 둔화 역시 규모를 키울 것이란 전망이다.
물가, '안정' 평가에도…환율 등 변수 체크
한편 금리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는 물가는 이달 통방에선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도는 2.2%를 기록했음에도 올해 국내 인플레이션은 목표 수준(2.0%) 전후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장 평가다.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반면, 내수경기 부진에 따른 낮은 수요압력이 주는 물가 하방 압력이 서로 상쇄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높아진 환율 수준과 국제유가 움직임, 국내외 경기 흐름 등 관련한 불확실성은 지속해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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