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87년 저널리스트 토니 슈워츠와 함께 쓴 회고록 '거래의 기술'을 자신이 두 번째로 좋아하는 책이라고 공공연히 꼽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책에는 그의 변칙적인 행동 뒤에 숨은 동기들이 나와 있다"며 "트럼프를 이해할 수 있는 한 가지 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추천하기도 했다.
거래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주고받음. 또는 사고팖'이라고 나온다. 또 '친분 관계를 이루기 위해 오고 감'이라는 뜻도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트럼프의 거래는 뭔가 다르다. 본인은 거래라고 쓰지만 남들은 '협박'이라고 읽고 있다. 협박은 남에게 어떤 일을 하도록 위협하는 행위다.
그도 그럴 것이 트럼프는 수십 년간의 분쟁으로 황폐해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점령(take over) 의사를 여러 번 밝혔다. 특히 트럼프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바로 옆에 두고서도 "우리는 가자를 가질 것이다. 살 필요도, 살 것도 없다. 우리는 가자를 가지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분쟁을 해결한다는 명목을 내세우고 미국의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소위 글로벌 부동산업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가 밝힌 가자지구 개발안의 모범사례는 바로 지중해 휴양지 ‘리비에라’다. 지중해 해안을 접하고 있는 가자지구의 특성을 살려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고 이를 미국이 주도해 수입도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종전 중재를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700조원이 넘는 가치의 희토류를 원하고 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그들이 협상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그들이 언젠가 러시아가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자원을 내놓지 않으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병합될 수 있다고 협박한 것이다.
희토류 등 천연자원에 관해 얘기하자면 그린란드를 빼놓을 수 없다. 그린란드에는 석유와 가스뿐만 아니라 희토류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고 알려졌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부터 그린란드 매입을 주장해 덴마크와 외교 갈등을 빚었다. 그나마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는 매입 뜻을 밝힌 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하겠다.
여기에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발언을 거듭하거나 파나마 운하 운영권을 되찾겠다며 계속 압박하자 결국 파나마 정부가 미국 정부 소유의 선박에 통행료를 면제하겠다며 백기 투항하는 일도 있었다.
관세는 트럼프의 '전가의 보도'와 같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인 2018년에도 수입하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지난달 취임식에서는 ‘관세왕’으로 알려진 윌리엄 맥킨리 전 대통령(1897~1901년 재임)을 언급하며 롤 모델임을 시사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통제 불능 상태이니 얼른 양보하라고 압박하는 이른바 ‘매드맨(미치광이) 전략’이 통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가 본인 스스로 국익을 위한 악당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평생 술을 마셔본 적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8년 트럼프는 한 연설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유일한 장점이라며 "내가 술을 마시면 어떨 것 같나? 얼마나 엉망이 되겠는가? 세계 최악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모든 것이 그가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기간에 벌어진 일이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대미 투자 등 우리 차례가 머지않았다. 하지만 거리에서 미국 국기를 열심히 흔들고 있는 무리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조강욱 국제부장 jomarok@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