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서울의 아파트 입주전망지수가 한 달 전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며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가 정상적으로 잔금을 내고 입주할 수 있을지를 예상하는 지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13일 발표한 설문 결과를 보면, 이달 서울의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75.8로 한 달 전보다 12.2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10월 111.4에 이어 연말까지도 100.0을 이어오다 올해 들어 지난달 88.0으로 기준치(100)보다 낮아졌다. 넉 달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2023년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그보다 높으면 입주 경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이가 많다는 뜻이며 100 이하는 반대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서울은 기준치를 상회하며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다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몇 달 만에 70대로 주저앉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75.6으로 한 달 전보다 7.2포인트 높아졌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2.2포인트 떨어졌고 광역시나 도지역은 9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서울과 강원, 충북을 뺀 나머지 지역은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지방의 아파트 입주전망지수가 상승한 데 대해 연구원은 "지난달 정부가 지방에 대한 대출 규제를 다소 완화한 것과 아울러 지난 두 달간의 하락 폭이 컸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수 자체가 반등했으나 정치적 불안 요소가 남은 데다 대출 규제가 여전해 시장 위축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입주율은 63.5%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6.2%포인트 떨어졌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이 소폭 올랐으나 인천·경기가 9%포인트 이상 떨어지며 70% 아래로 떨어졌다. 인천 연수구에 과잉공급 논란이 불거진 데다 광역급행철도 착공 지연 등으로 매매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연구원은 분석했다.
강원권 입주율은 40.0%로 2017년 조사를 시작한 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세가율이 지방 평균보다 높아 전세 대신 기존주택 위주의 매매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미입주 원인으로는 기존주택매각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 이가 42.1%로 가장 많았다. 한 달 전 조사 때보다 10%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밖에 잔금대출 미확보(26.3%), 세입자 미확보(21.1%), 분양권 매도 지연(5.3%)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원은 "일부 시중은행에서 연간단위로 관리하던 대출한도를 분기, 월별을 넘어 일별로도 관리하는 등 대출 규제가 여전하다"며 "대출 규제 기조 완화가 이뤄져야 침체된 실수요자 시장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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