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히메현 아이난초, 도쿄 긴자와 원격 술자리 진행
교통·숙박 인프라 없어 관광객 오기 어려워
실시간 화상 술자리로 지역 홍보하기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출을 못 하던 시절, 일본에서는 화상회의로 원격 술자리를 하는 문화가 유행했는데요.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과 회식을 부르는 '노미카이'를 합쳐 '줌노미'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죠. 각자 집에서 준비한 술과 안주를 소개하고 화면에 건배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인데, 팬데믹이 만든 새로운 문화였습니다. 지금 나와 실시간으로 이야기 나누고 술 마시는 사람이 서로 완전히 다른 장소에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기분이 이상한데요.
이 원격 술자리를 요즘 일본에서는 지방소멸의 해결책으로 도입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구가 자꾸 유출되는, 관광객도 오지 않는 농촌에서 이 원격 술자리로 지역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 것인데요. 서울로 인구 유출이 계속되고 있는 우리나라도 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서 가져와 봤습니다. 오늘은 일본 에히메현 아이난초가 펼치는 참신한 술자리 문화에 대해 소개해드립니다.
일본 에히메현 아이난초는 인구 약 1만9000명의 작은 지역입니다. 감귤 재배와 생선 양식을 하는 동네로 만감류인 '아이난 골드'와 굴, 가다랑어, 방어 등이 주요 특산물입니다. 우리나라 제주도와 비슷하지 싶은데, 사실 이곳은 관광지로 이름을 알리는 지역이 아닙니다. 위치도 에히메현 최남단인데다, 숙박시설 등 관광객을 들일 산업이 전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렇게 사람들은 계속 밖으로 빠져나가고, 밖에 있는 사람은 놀러 오지도 않게 되면서 아이난초에서는 지방소멸이 큰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마을 인구는 10년 사이 10%가 빠지게 됐죠. 이 때문에 에히메현에서는 디지털 전환과 지방소멸을 해결하기 위한 '에히메 트라이앵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 트라이앵글 프로젝트에 등장한 것이 아이난초와 도쿄 중심 유흥가 긴자를 연결하는 '창' 프로젝트입니다.
아이난초는 관광이랄 것이 딱히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네를 오래 지켜온 술집 등 유흥가가 발달한 편입니다. 이를 살려서 아이난초와 긴자의 원격 술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가로 70cm, 세로 1m 20cm로 큰 모니터 화면을 설치해 사람의 온 몸을 비추게 해 현장감을 키웠다고 합니다. 그간 줌 등으로 진행하는 화상회의의 경우 상대방의 상반신 정도만 나오지만, 이 모니터는 전신이 나오는 데다가 주변 소리까지 전부 생생하게 전달돼 같은 공간에 있는 감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손님들도 "마치 옆방에 있는 느낌"이라는 호평을 남겼는데요.
도쿄 긴자와 에히메현 아이난초는 서로 700km 떨어져 있지만, 원격으로 같은 공간에 있는듯한 술자리가 완성됐습니다. 아이난초 출신으로 긴자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분이 프로젝트를 도맡았습니다. 메뉴도 아이난초의 귤을 활용한 하이볼, 참치를 활용한 샌드위치로 준비해 같은 메뉴로 동시에 모니터를 향해 건배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데요. 서로 놀러 가겠다는 등 교류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교통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은 인구감소 지역을 디지털 기술이 살리고 있다니 참 신기한데요. 특히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 이렇게 애를 쓰는 모습은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지네요. 이곳에서는 이번 디지털 교류회를 시작으로 내년에 120실 넘는 크기의 호텔을 신설해 관광 인프라를 갖춰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방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도입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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