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당시 삼성·LG 세탁기 세이프가드 거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세탁기 가격만 상승
미국 소비자들 부담이 오히려 더 커진 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임기 자신의 관세 정책 성공 사례로 한국 세탁기를 언급했다. 그러나 정작 지역 경제를 근본적으로 활성화하지 못한 반면 소비자들의 부담은 크게 늘어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의 뉴베리 카운티에 있는 삼성전자의 세탁기 공장을 사례로 들어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연설에서 자신이 2018년 한국의 삼성과 LG 등이 생산한 수입 세탁기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것을 치적으로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를 통해 연간 120만대를 초과하는 외국산 대형 가정용 세탁기 수입 물량에 대해 최대 50%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내가 1기 행정부 당시 세탁기와 건조기 등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으면 오하이오에 있는 회사들은 모두 망했을 것”이라며 “한국이 세탁기 등을 덤핑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우리는 관세를 50%에서 시작해서 75%, 100%까지 올렸다”고 강조했다.
뉴베리 카운티의 삼성전자 공장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의 관세 조치 공약 등에 따라 2017년 세워졌다. 이곳은 삼성전자의 공장 설립 전에는 직물 산업이 번성했던 농업 지역이었다.
공장에는 현재 1500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으며, 공장 노동자의 임금은 시간당 16~17달러로 주 최저임금(7.25달러)의 두 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베리 카운티는 이곳에서 매년 100만달러(약 14억5000만원)의 세수를 얻고 있다.
WSJ은 이어 한국의 부품 공장 2곳이 추가로 뉴베리 카운티로 이전해 추가로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전했다. 뉴베리 카운티는 삼성전자의 공장이 생기면서 주거용 택지 부지 가격이 상승하는 등 ‘삼성 효과(Samsung effect)’가 발생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WSJ은 삼성전자의 공장 설립이 지역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공장은 고속도로 인근에 있으며 근로자 대부분은 뉴베리 카운티 밖에 거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뉴베리 카운티의 인구는 지난 15년간 줄곧 3만9000명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뉴베리 카운티의 연간 고용성장률은 삼성전자의 진출 이후 이전보다 2배 높은 1.6%를 기록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주 전체 평균보다는 낮다.
오히려 트럼프 1기 때의 관세로 인해 세탁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미국 소비자의 부담은 더 늘어난 상태라고 WSJ은 전했다.
2020년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에 실린 연구논문에 따르면 세탁기에 대한 관세로 1800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으나, 세탁기 가격이 2018년 한 해 약 12%(86∼92달러)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은 연간 15억달러가 늘어났다.
WSJ은 “이는 일자리 한 개에 80만달러(약 11억6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세이프가드는 조 바이든 대통령 집권기였던 2023년 2월에 종료됐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